지난해 2500억원의 해고비용을 들여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 은행들이 정부의 일자리 창출 압박에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수익성 악화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지만 정부가 인력 충원을 요구하고 하기 때문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일 임종룡 금융위원장 내정자와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5개 금융권 협회장들을 만나 금융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일자리 창출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 은행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해 KB국민, 신한, 우리, 하나, 외환 등 5대 시중은해의 희망퇴직 실시 등 해고비용으로 2554억3600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1852억2700만원) 대비 38%나 늘어난 규모다.
실제 지난해 씨티은행은 650명의 희망퇴직을 실시했으며, 신한은행도 올해 초 이례적으로 전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해 예년의 두 배인 310여 명이 짐을 쌌다.
국민은행은 현재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하고 임금피크제도 개선을 논의하고 있다. 구체적 방안 및 일정은 나오지 않았으나 희망퇴직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채용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우리은행은 개인서비스직에 한해 신규 채용을 실시했고, 외환·하나은행은 아직 채용 규모를 정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한때 정부 시책에 맞춰 대규모 채용에 나섰던 청년 인턴도 조금씩 줄고 있다. 2010년 3300명의 청년 인턴을 뽑았던 국민은행은 지난해 10분의 1 수준인 300여명만 채용했다. 심지어 신한은행은 2010년부터, 우리은행은 2012년부터 각각 청년 인턴을 뽑지 않고 있다.
A은행 관계자는 “수익을 개선하려면 운영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력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며 “은행이 탈점포화되고 있는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 인턴과 공채를 무작정 충원하는 것은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