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후 수십년을 사무직으로 일하다 노조활동 이후 갑자기 현장 기술직으로 발령났던 KT노종자 원병희 씨가 회사측으로부터 손해배상을 받게 됐다.
보직변경과 해고, 복직을 거듭하며 '부당노동행위' 논란이 일었던 KT노동자 원병희씨 사건은 행정소송은 패소, 민사소송은 승소로 마무리됐다.
대법원 판결을 종합하면, 노조활동자를 생소한 근무지로 발령냈던 KT의 인사조치는' 인사권을 남용한 것이지만, 부당노동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 대법원, "인사권 남용 맞지만 부당노동행위는 아니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KT근로자 원병희 씨가 ㈜KT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로 원씨는 배상금 200만원과 함께 KT인사발령이 부당하다는 점을 확인 받았다.
재판부는 "원씨에 대한 직무변경 처분이 인사권 남용에 해당해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본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입사 이후 사무직으로 일해온 원씨는 'KT 측이 불법적으로 근로자들을 해고하기 위해 부진인력 퇴출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논란이 일었던 지난 2009년 갑자기 고객서비스팀실의 현장개통 업무 담당으로 임의적으로 직무변경 됐다가 2년이 지난 2011년 해고됐다.
앞서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지난 11월 원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확인소송에서는 원고 패소판결했다. 당시 대법원은 '인사권 남용은 인정되지만, 부당노동행위로 볼 수는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여기서도 회사측의 인사권 남용 사실은 인정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인사권 남용이 '보복성 전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원씨에 대한 직무변경은 정기인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므로 사측의 부당노동행위 의사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 '부당노동행위 입증책임 너무 과중' 지적도
대법원의 판례에 따르면 인사조치나 해고 등 회사가 불이익을 주는 행위가 부당노동행위라는 점은 근로자나 노조가 증명해야 한다. 불이익한 조치가 있었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그 조치가 노조활동 때문에 이뤄졌다는 사용자의 '의도'도 입증해야 한다. 불이익한 조치가 있었어도 사용자의 의도가 불명확한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게 판례의 태도다.
노동계에서는 부당노동행위 의사를 입증한다는 게 매우 어려운 만큼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불이익 조치가 있는 경우 그것이 부당노동행위라는 점을 근로자가 입증하는 게 아니라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는 점을 사측이 입증하지 않으면 노조법 위반으로 볼 수 있도록 법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