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이엔지가 경영참여를 선언하며 지분을 대량 매집한 귀뚜라미보일러에 대해 반격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내년 3월 정기주총때 다뤄질 것으로 예상됐던 오너 이완근 회장 등 등기임원 선임안건을 내년 1월 임시주총을 통해 처리하기로 한 것이다.
귀뚜라미보일러가 의결권을 확보할 시간과 비용 등 이중고를 안겨주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신성이엔지는 8일 이사회를 열고 내년 1월 23일에 임시주주총회를 소집, 이완근 회장과 김주헌 사장의 연임 안건 등을 처리한다고 밝혔다.
12월결산법인인 신성이엔지는 통상 3월 경에 정기주총을 실시해왔다. 특히 다가오는 정기주총에서는 최대주주인 이완근 회장, 김주헌 사장 등 최고위 경영진의 재선임에 대한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었다.
신성이엔지가 정기주총을 3개월 앞두고, 서둘러 임시주총을 소집한 이유는 귀뚜라미보일러의 공세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귀뚜라미보일러 측에 지분을 추가적으로 매입할 시간을 주지 않으려는 전략이다.
신성이엔지가 임시주총 없이 평상시처럼 정기주총을 통해 이사 재선임 건을 처리할 경우, 귀뚜라미보일러는 정기주총에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확정하는 명의개서정지 기준일인 이달 31일까지 주식을 취득할 수 있다.
하지만 신성이엔지가 임시주총 소집을 통해 명의개서정지 기준일을 이달 22일로 앞당기면서 귀뚜라미보일러가 지분을 추가취득할 시간적 여유가 그만큼 줄었다. 주식 결제기간을 감안하면 20일까지 지분을 매입해야 임시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특히 귀뚜라미보일러는 지난 7일 경영참가목적의 지분신고를 했기 때문에 신고일 이후 5일 후(주말제외)인 14일까지 추가 지분 취득이 금지된다. 따라서 귀뚜라미보일러가 임시주총에서 의결권 행사를 목적으로 지분을 추가 취득할 수 있는 기간은 실질적으로 4일(주식시장 거래일 기준) 밖에 없는 셈이다.
현재 신성이엔지 최대주주측 지분은 13.56%이며, 귀뚜라미보일러는 4.56%포인트 뒤진 9%를 보유하고 있다. 4일동안 4.56%에 해당하는 지분을 매입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또한 이기간 동안 경영권 분쟁 이슈 등으로 신성이엔지의 주가가 계속 상승세를 보일 경우, 추가 지분 매입에 더 많은 돈을 들여야 한다는 점도 귀뚜라미보일러에는 부담 요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성이엔지가 임시주총을 통해 경영권 방어의 최대 이슈인 이사선임안건을 처리하면서, 귀뚜라미보일러에게 시간과 비용 등 이중고를 안겨 줄 수 있는 전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