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협상 타결로 경제제재가 해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다국적 기업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영국 BP와 프랑스 토탈, 로열더치셸 등 글로벌 석유 메이저 업체들은 핵협상 과정을 면밀히 주시했으며 타결에 따라 이란과 진출을 위한 접촉을 시작했다고 6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이란은 전 세계 원유 매장량의 약 9%를 차지하고 있으며 천연가스 매장량은 러시아에 이어 세계 2위인 에너지 대국이다.
이란은 핵개발에 따른 서구 제재 전에도 외국 업체들의 유전 소유권을 허용하지 않는 등 글로벌 석유업체들이 진출하기에 어려운 시장이었다. 그러나 제재 해제 기대와 더불어 이란 석유부도 투자 유치를 위해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현재 이란은 외국 석유업체의 투자 유치를 위해 유전 개발과 관련, 25년 이상의 장기 계약을 허용할 의향이다. 이란이 하루 400만 배럴 이상으로 산유량을 회복하려면 약 400억 달러(약 44조원)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지난해 산유량은 하루 평균 280만 배럴이었다.
유럽은 이란의 천연가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이란의 천연가스 수출은 터키 등 인접국으로 제한됐으나 제재가 풀리면 파이프라인을 통해 유럽에 직접 가스를 공급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민간업체뿐 아니라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낮추려는 유럽연합(EU) 각국 정부도 파이프라인 건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중공업 분야에서도 다국적 기업들의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보잉과 제너럴일렉트릭(GE)은 이란에 지난해 상업용 비행기 부품을 수출했다. 이는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처음이다.
소비시장으로서의 매력도 상당하다. 이란 인구는 7800만명에 이른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이란의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5165달러로 세계 98위 수준이어서 유망 신흥국 중 하나로 볼 수 있다는 평가다.
이란 젊은이들은 정부의 인터넷 규제를 뚫고 미국과 유럽의 최신 정보를 접하고 있으며 유행에도 민감하다. 프랑스와 이탈리에서 지난해 대기업단이 이란을 방문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지난해 10월 보도에 따르면 이란 제재 완화 가능성에 대비해 애플이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WSJ는 애플이 현지 판매업자들과 접촉해 ‘리셀러(reseller)’ 도입 가능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 등 아직 애플스토어가 없는 국가에서 애플이 취해온 유통형태다. 또 애플은 시장조사에도 들어갔다고 WSJ는 덧붙였다.
세계 최대 PC업체인 레노버 홍콩 대변인은 지난 2일 WSJ와의 인터뷰에서 “이란 시장에서 미래 사업기회를 탐색하는 초기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오랜 제재로 노후화된 석유 생산설비와 도로, 통신망 등 인프라들 재정비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물론 이란이 합의를 지키는 것이 외자 유입의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이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2일 핵협상 타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계약을 지키지 않으면 제재는 즉시 원래대로 돌아온다”고 못을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