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녕 어머니의 절규가 들리지 않는가?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5-04-16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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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기자 strongman55@)

“제발, 유가족 되게 해 주세요.” 차디찬 바다에 자식을 둔 한 어머니의 피맺힌 절규다.

2014년 4월 16일, 우리는 채 피지도 못한 단원고 학생들을 비롯한 304명이 숨져가는 대비극의 참사 과정을 지켜봐야만 했다. “살려 달라”는 가족들의 간절한 호소는 무책임과 무능으로 점철된 정부, 권력과 사욕에 눈먼 정치권, 사람보다 돈을 우선시하는 탐욕의 기업 앞에서 자식의 시신을 안아야 하는 애통의 절망으로 변했다.

1년이 지났다. 2015년 4월 16일, 세월호 대참사의 문제는 해결되고 유가족의 슬픔은 치유됐는가. 아니다. 시신조차 찾지 못한 9명의 실종자 가족의 한 맺힌 절규는 세월호 참사 1년이 지난 오늘의 단면이다. 대참사의 아픔은 지속하고 있다. 아니 더욱더 절망적이다. “제발 유가족 되게 해 주세요”라는 외침이 1년째 계속되고 있다. 단원고 2학년 2반 허다윤양을 1년째 바닷속에 둔 어머니 박은미씨는 오늘도 절규하며 쓰러진다.

1년째 어머니의 절규가 이어지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나. 실천과 내용이 담보되지 않는 허언(虛言)과 국면전환용 일회성 언어유희의 행렬만 이어질 뿐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눈물을 흘리며 단언했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가 다른 나라를 만들겠다고. 정치권은 선언했다. 대참사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과 함께 다시는 비극적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기업들은 약속했다. 돈보다는 사람과 안전을 우선시하는 기업이 되겠노라고. 언론은 질타했다. 대한민국 사회가 대오각성해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국민은 분노했다. 세월호의 참사를 초래한 비리와 무능을 척결하자고.

‘대한민국은 세월호 대참사 이전과 이후가 달라졌나’라는 질문조차 하기 부끄럽다. 304명을 죽음으로 내몬 정부의 무능은 개선의 여지가 없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가로막는 주범은 이해득실의 주판알만 튕기는 정치권이다. 기업이 여전히 우선하는 것은 사람보다 돈이다. 일부 언론은 진영논리로 무장해 유가족을 아프게 하고 여론을 호도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일부 국민은 세월호의 피로감을 거론하며 그냥 덮고 가자고 소리친다.

박근혜 대통령의 다짐처럼 세월호 이전과 이후가 다른 나라가 됐는가. “다른 나라가 됐다”고 말하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박은미씨의 절규가 더 절망적인 이유다. 국가에 의해 철저히 외면당한 채 바닷속으로 침몰하던 세월호에서 죽어간 수많은 어린 학생 등 희생자들을 보면서 “이게 국가냐”며 가슴을 쳤던 사람들의 분노가 지난 1년간 더욱더 거세진 까닭이다. 그리고 “정부와 여야의 정치력은 진실을 밝혀서 분노와 슬픔을 조정하는데 무력했고, 자신들의 존망과 안위를 챙기는 사활의 생존술로 중원무림(中原武林)을 할거했다”라는 소설가 김훈의 질타들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책임지지 않는 무능한 정부와 관료, 권력에만 눈먼 여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기득권만을 확대 재생산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비리와 부패가 관행이라는 미명하에 자행되고 사람보다는 돈을 우선하는 탐욕이 횡행하는 문제는 세월호 참사 1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하다. 그래서 언제라도 제2의 세월호 대참사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영문도 모른 채 죽음으로 내몰리는 상황을 맞을지 모르는 것이다.

정부와 우리는 이제 “제발 유가족 되게 해 주세요”라는 박은미씨의 호소에 답해야 한다. 그리고 2014년 4월 16일의 세월호를 잊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말이다.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세월호를 왜 기억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인간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이유 외에 또 어떤 이유가 필요하겠는가.” 노명우 아주대 교수가 ‘팽목항에서 불어오는 바람’에서 한 말이다. 우리 눈앞에서 죽어간 단원고 학생 등 희생자들에 대해 기억하는 것은 살아남은 자의 예의이자 의무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제2의 세월호 비극을 막을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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