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포스트 차이나’로 떠오른 동남아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대(對)중국 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신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한화·LG, 동남아 선점= 롯데케미칼은 2010년 11월 말레이시아 대형 석유화학 기업인 ‘타이탄’을 약 1조2000억원에 인수하며 동남아에 진출했다. 타이탄의 매출 규모는 작년 기준 2조8000억원에 달하며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연간 올레핀 110만톤, 합성수지 150만톤, 부타디엔 10만톤, 이축연신 폴리프로필렌필름(BOPP) 3만8000톤을 생산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또 말레이시아 조호바루에 240억원을 투자해 연간 5만톤 규모의 합성고무(BR) 생산설비도 구축했다. 이 사업은 롯데케미칼과 자회사인 롯데케미칼 타이탄, 우베 흥산 주식회사, 미츠비시상사가 각각 40:10:40:10의 지분으로 합작했다. 롯데케미칼은 이 사업을 통해 합성고무 분야 신사업 진출로 기존 범용 제품과 더불어 신성장동력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2009년 4월 태국에 알칼리수용성수지(ASR) 공장을 준공했다. 이 사업은 한화케미칼의 중장기 비전인 ‘글로벌 케미칼 리더 2015’ 전략의 일환이다. ASR 공장은 방콕 인근 방프리 국가산업공단에 있으며 2009년 7월 산업생산을 시작해 생산규모는 1만5000톤으로 동남아시아 최대다.
수성잉크와 수성페인트 등의 주원료인 ASR 수지는 유성제품보다 친환경 제품이라는 점에서 성장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ASR 수지 시장은 매년 7~10%씩 성장하고 있고, 태국의 원가 경쟁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한화케미칼은 태국을 ASR 중심기지로 육성한다는 전략 아래 2차 증설을 시작한 상태다.
LG화학은 지난 1997년 11월 베트남 정부와 합작해 베트남 호찌민시 근교 동나이성 고다우 공업단지 내에 연산 3만톤 규모의 디옥틸프탈레이트(DOP) 공장인 ‘LG VINA’를 건립해 운영 중이다. 총 1500만 달러가 투자된 이 공장에서는 합성수지와 합성고무의 첨가제로 플라스틱 장판류 등 PVC 가공제품에 많이 쓰이는 DOP를 생산한다.
◇中 자급률 확대, 동남아 성장세 매력= 국내 화학업계가 이처럼 동남아를 주목하는 이유는 ‘수요 증가’와 ‘지리적 이점’ ‘천연 자원’ ‘정책적 석유화학산업 육성’ 등의 기회 요인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국인 중국의 자급률 확대가 빠르게 이뤄지면서 의존도를 완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중국의 PVC 자급률은 이미 100% 수준에 도달했고 합성원료도 자급률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PET의 주원료인 고순도 테레프탈산(TPA)은 자급률이 2009년 66%에서 2013년 90% 수준까지 단기간 급등해 점차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주요 합성수지 제품도 이 같은 추세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남아는 6억명이 넘는 인구를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아세안경제공동체(AEC) 출범을 앞둔 소비시장 및 글로벌 생산기지다. 동남아 주요 석유화학제품의 2013년 수출물량은 2006년 대비 2배 수준으로 증가하는 등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동남아에 대한 중기적 경제 전망도 양호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전망한 2014~2018년 아세안 10개국의 연평균 실질GDP 성장률은 5.4%로 2000~2007년의 연평균 실질GDP 성장률 5.5%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동남아 국가 중 베트남과 함께 석유화학제품 순수입국인 인도네시아는 석유화학제품 수요 대비 생산능력이 낮다. 2008~2012년 누적 합성수지 수출입 금액 기준으로 수입액이 수출액 대비 약 3.7배 많은 수준이다. 또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베트남·태국 등 4개국의 석유 매장량은 약 127억 배럴, 천연가스 매장량은 약 259조㎥에 달해 석유와 천연가스 등 원재료에 대한 접근성도 높다.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시장, 특히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의 대표적 신흥 개발도상국으로 전방위적 경제 성장이 예상되는 동남아 중심 국가”라며 “각국 정부의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산업 인프라 구축과 민간투자·소비 촉진 정책으로 기타 지역 대비 상대적 고성장이 예상되는 등 동남아에 사업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