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증시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초대형 폭풍을 앞두고 6년간의 경기부양 기조 속에 지속됐던 강세장이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가 지난달 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버블 붕괴 불안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 특히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지난 6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의 토론회에서 “주식가치가 고평가됐다”고 지적하면서 이런 불안에 불을 붙였다.
옐런 의장은 “지금의 ‘제로(0)’금리가 금융시장에 자산버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가”라는 라가르드 총재의 물음에 “미국 증시 밸류에이션은 일반적으로 꽤 높은 편”이라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옐런은 “광범위한 범위에서 레버리지 비율이 오르고 있지 않고 신용증가세가 가파르거나 만기를 앞둔 채권 상환 수요가 그렇게 크지는 않아 버블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옐런은 직설적으로 증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해 시장에 경각심을 주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도 지난 2일 버크셔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서 “연준이 금리를 정상화(인상)하면 현재의 주가가 비싸게 보일 것”이라며 향후 주가 하락을 점쳤다.
1980년대 일본 증시와 부동산 버블, 1990년대 말과 2000년 초에 걸친 닷컴버블 등을 예견해 명성을 떨친 제레미 그랜섬 GMO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아직 미국증시가 버블은 아니지만 곧 올 것”이라며 “S&P500지수가 2250선에 이르는 시점이 버블 붕괴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현재보다 약 8% 높은 수준이다.
그는 또 “앨런 그린스펀과 벤 버냉키, 옐런을 거치면서 연준은 버블이 완전히 발달하기까지 자산가격 부풀리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며 “이들은 자산 가치 상승을 통한 소비 증가 효과를 노렸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지속된 느슨한 통화정책이 버블을 부추겨 왔다는 것이다. 연준이 올 하반기 금리인상을 통해 긴축으로 접어들면 그 반작용으로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의 칼럼리스트인 제시 콜롬보는 지금의 미국증시가 ‘버블커버리(Bubblecovery)’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버블커버리’는 ‘버블(Bubble)’과 ‘리커버리(Recovery)’의 합성어로 버블이 붕괴되고 나서 통화당국이 이를 극복하고자 부양책을 펼치면서 진정한 경기회복이 아니라 또 다른 버블로 이어지는 것을 뜻한다.
2000년 초 닷컴버블 붕괴 이후 경기가 회복된 것처럼 보였지만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라는 혼란으로 끝났듯이 지금도 또다른 버블 붕괴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티머시 가이트너 전 미국 재무장관도 7일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금융위기가 재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