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감염병 등 국민안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었던 매뉴얼 2622개가 이번 정권 들어 각 부처에 떠넘겨진 사실이 드러났다. 중동호흡기중후군(MERS·메르스) 확산 사태에 초동대응 미숙 등의 문제를 보이고 있는 청와대가 정치논리에 빠져 국민의 안전은 뒷전으로 미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와 메르스대책특별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임수경 의원은 11일 국민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지난 2008년 5월 28일 청와대가 통합 관리한 재난관련 매뉴얼 2622개가 분야별 부처로 이관됐다고 밝혔다.
이관된 매뉴얼은 각 분야의 표준매뉴얼 21개, 이에 따른 실무매뉴얼 202개와 행동매뉴얼 2399개다.
청와대는 국민안전에 대한 책임을 각 부처로 떠넘기면서도 안보부문은 챙기는 모습도 보였다. 임 의원이 국민안전처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당시 경찰청 주관의 ‘소요폭동’ 매뉴얼은 청와대에서 이관됐다가 ‘안보분야’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청와대가 다시 회수됐다.
임 의원은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산하에 위기관리센터를 만들어 33개 국가위기별로 표준매뉴얼을 만들고, 세부적인 내용을 담은 276개의 실무매뉴얼과 2400여 개의 행동매뉴얼을 만들어 전통적 안보와 재난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자임했다”면서 “그러나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이 매뉴얼들을 각 부처에 돌려보내고, 국민안전과 직결되는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에 대한 총괄 기능에서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가 보여주듯 국가적 재난은 통상 8~9개 부처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수평적 관계인 주무부처가 관련부처들을 지휘·조정할 수 없다”며 “그럼에도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하는 청와대가 이를 포기한 결과가 지금의 메르스 사태”라고 꼬집었다.
임 의원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는데 전 정부의 흔적을 지우겠다는 정치적 목적에서 재난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내팽개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녀 “얼마나 더 많은 국민이 희생돼야 잘못과 어리석음을 깨닫고 시스템을 혁신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