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수력원자력에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영구정지’를 권고했다. 이에 따라 ‘국내 최초 이자 최고령 상업원전’인 고리 1호기는 폐쇄 절차를 밟게 됐다. 국내에서 원전가동이 영구 중단되는 것은 원자력 역사 37년 만에 처음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2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제12차 국가에너지위원회를 열어 부산 고리 원전 1호기를 폐로(영구정지)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이날 에너지위원회를 주재한 후 “원전 산업의 중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는 영구 정지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한수원에 그렇게 권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에너지위원회에서는 고리 1호기의 계속운전 또는 영구정지를 놓고 다양한 논의가 있었고, 전체 위원 19명 가운데 영구정지를 지지한 위원들이 조금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에는 해체산업 육성, 원전산업의 전주기의 경쟁력 확보 등을 위해 현재 시점에서 고리1호기의 영구정지를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 대해 대다수 위원들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산업부는 전했다.
또 2030년 이후 가시화될 가능성이 있는 전세계 해체시장 본격화에 대비하기 위해 핵심 해체기술 개발과 해체경험 축적 등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원전 해체산업 육성대책과 사용후핵연료 관리대책을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해 원전의 ‘건설-운영-해체-폐기물 관리’에 걸친 ‘전(全)주기적 원전 산업체계’를 완비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에너지위원회는 다음주 고리 1호기 수명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에 권고안을 전달할 예정이다. 원전 수명 연장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운영사인 한수원에 있지만 관리·감독 주무부처인 산업부 산하 에너지위원회의 권고가 이뤄지면 구속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은 오는 18일까지 이사회를 열어 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고리 1호기 계속 운전을 신청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되면 고리 1호기는 오는 2017년까지 가동 후 폐로 수순을 밟게 된다.
구체적인 절차를 살펴보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고리 1호기 영구정지 변경허가를 신청한 후 원전 해체계획서 작성하고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이후 2018년 7월까지 해체 계획서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하고 2022년 6월 원안위로부터 해체 계획서를 승인받으면 본격적 해체 절차에 들어갈 전망이다. 이들 과정에 소요되는 시간은 아직 법으로 정해지지 않았으나 최소 15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한수원은 보고 있다.
국내 첫 원전인 고리 1호기는 미국 정부의 차관과 미 원전회사 웨스팅하우스의 기술을 지원받아 1971년 착공해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2007년 6월 30년인 설계수명이 종료됐지만 2008년 1월 정부로부터 계속운전 허가를 받아 2017년 6월까지 수명이 10년 연장됐다.
한수원은 고리 1호기의 경제성과 안전성에 문제가 없고, 해외 원전의 경우 1∼2차례의 가동기간 연장을 통해 70∼80년까지 가동하는 경우가 많다며 수명을 추가로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지역 주민들은 낡은 고리 1호기가 고장이 잦아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며 추가 연장을 포기하고 즉각 폐쇄해야 한다며 맞서 왔다.
산업부 관계자는 “고리1호기의 경제성, 안전성, 국민 수용성, 전력수급 영향 및 미래 해체산업 대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고리1호기 영구정지를 한수원에 권고키로 결정했다”면서 “원전 건설ㆍ운영에 있어 ‘안전 최우선’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대화와 협력으로 원전지역 상생발전을 효과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