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채권단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손에 금호산업을 쉽게 넘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호산업의 제 값을 다 받아내겠다는 미래에셋의 입장이 지속되면서 금호산업 매각이 연내 불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포함한 22개 금호산업 채권기관은 12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채권단 전체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는 채권단 운영위원회가 그간 진행해온 매각 상황을 채권기관에 설명하기 위한 자리로 열렸다. 이는 채권단이 박삼구 회장과 본격적으로 금호산업 매각가 협상을 벌인 이후 가진 첫 회의다.
지금까지 채권단 내부에서 금호산업 매각가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기관은 박현주 회장이 이끄는 미래에셋그룹이 유일하다. 앞서 미래에셋은 금호산업 매각 가격으로 1조200억원을 제시, 이는 실사를 통한 평가가격(주당 3만1000원)에 9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금액이다.
미래에셋이 얹은 M&A 경영권 프리미엄 90%는 통상적인 프리미엄이 30~40%인 점을 감안할 때 파격적으로 높다. 이에 따라 채권단 내부적으로도 고가의 프리미엄을 놓고 이견 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채권단 회의에서는 미래에셋의 고가 프리미엄에 일부 동조하는 채권기관의 목소리도 존재했다. 아시아나항공 가치가 꽤 높고, 금호산업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됐기 때문에 금호산업을 헐값에 박삼구 회장에게 돌려줄 수 없다는 의견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통상적인 M&A 경영권 프리미엄(30~40%)으로 금호산업을 파는 건 불가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며 “미래에셋의 고가(90%) 프리미엄이 적용된 금호산업의 매각가에 크게 반대하는 분위기는 없었다”라고 밝혔다.
미래에셋이 제시한 매각가로 박삼구 회장과의 협상이 계속 진행되면 금호산업 매각은 연내 불발될 가능성이 크다. 박 회장은 적정 매각가로 미래에셋이 제시한 매각가 1조200억원의 절반 수준인 5000억원 내외로 생각하고 있어 채권단과의 입장 차가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채권단 내부적으로는 박 회장과의 수의계약에 실패해 제3자 매각으로 넘어가거나 매각이 무산되는 최악의 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날 채권단 회의에서 금호산업 매각가와 관련해 정해진 바는 없다. 채권기관의 수가 워낙 많아 가격 조율이 쉽지 않고, 각 이해관계에 따라 이견이 크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날 회의는 그동안 금호산업 매각과 관련해 언급됐던 내용을 설명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앞으로 자주 만나 관련 내용을 공유하자는 데에 뜻을 모았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채권단은 박 회장과의 가격협상을 마친 뒤 채권단 전체 결의를 통해 지분 매각 가격을 확정, 박 회장은 경영권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권 행사 및 인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를 거부하면 채권단은 거부 통보를 받고서 6개월 내에 같은 조건에 제3자와 매각을 진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