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소울 푸드 ‘라면’] 반세기 만에 2조 시장으로

입력 2015-08-1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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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1인당 74개… 라면 소비량 세계 최다국

지난해 말 우리가 흔히 먹는 음식 100가지에 이야기를 입힌 책이 나왔다. 음식문화평론가 윤덕노의 ‘음식으로 읽는 한국 생활사’가 그것이다.

윤덕노는 이 책에서 한국인의 소울 푸드 라면에 대해서도 적었다. 그는 “라면에는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의 땀과 눈물이 모두 스며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반백년 라면의 역사는 시련에서 출발한다. 그 탄생사는 전쟁의 고통, 그 혼란에 내동댕이쳐진 개인의 눈물, 그리고 힘든 세월을 이겨 내는 인간의 의지로 점철돼 있다”며 “라면에는 극한의 가난을 견뎌 낸 중국 부두 노동자들의 질곡과 패전의 고통을 극복하려는 일본인의 노력, 산업화 과정에서 잘 살아보겠다고 허리띠를 졸라맨 한국인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라면은 1960년대 박정희 정부에서 실시한 혼분식 장려운동을 통해 더욱 확산됐다. 쌀이 부족하던 시절 정부는 서울에 종합분식센터를 만들어 라면과 빵 소비를 권장했고, 군인들은 1주일에 한 번씩 라면을 먹어야 했다. 라면은 국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이후 한국인의 식탁에 빠지지 않고 올라왔다.

◇라면 소비 1위 한국 = 2014년 세계 인스턴트라면협회는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등 15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라면시장 현황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가별 총 라면소비 순위는 홍콩을 포함해 중국이 462억개로 1위를 차지했다. 인도네시아와 일본, 베트남이 뒤를 이었고, 우리나라는 약 36억개로 7위에 올랐다.

하지만 1인당 라면 소비를 따지면 한국이 단연 앞섰다. 한국인 한 명이 일 년에 약 74.1개의 라면을 먹는 것으로 집계돼 세계에서 가장 높은 1인당 라면소비량을 기록했다. 최근 5년간 소비량이 정체된 상태에서도 여전한 라면 사랑을 보인 것이다.

한국 다음으로 1인당 라면 소비 대국은 베트남으로 60.3개, 인도네시아가 57.3개로 그 뒤를 이었다.

라면 외에도 한국인의 면(파스타 제외) 소비량은 압도적이다. 올해 3월 블룸버그와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4년 한국인의 면 소비량은 1인당 9.7㎏으로 세계 1위였다. 2013년 9.6㎏보다 0.8% 증가했다. 1인당 소비량 상위 10개국은 모두 아시아 국가였다. 한국에 이어 일본 9.4㎏, 인도네시아 5.8㎏, 중국 5.0㎏, 베트남 4.7㎏, 홍콩 4.1㎏, 말레이시아 4.0㎏, 대만 3.2㎏, 싱가포르 2.9㎏, 필리핀 2.2㎏ 순이었다.

◇한국인 사로잡은 라면은 = 지난해 한국인의 가장 큰 사랑을 받은 식품 중에서도 라면은 상위권을 차지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2014년 국내 식품 생산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생산실적이 가장 컸던 품목은 맥주로 3조1937억원으로 집계됐다. 소주는 1조4589억원으로 2위를 기록했다. 라면(용기면 제외)은 1조2012억원을 차지해 1조1838억원을 기록한 믹스커피를 따돌리며 3위를 차지했다.

올 상반기 라면 판매 1위는 농심의 ‘신라면’이다. 1986년 출시 이래 25년간 한 번도 왕좌를 빼앗긴 적이 없다. AC닐슨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신라면을 제외한 2~5위도 순위만 살짝 바뀌었을 뿐 ‘안성탕면’과 ‘너구리’, ‘짜파게티’, ‘삼양라면’ 등이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다만 류현진을 광고모델로 내세운 ‘진라면’이 2012년 10위에서 올해 상반기 6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제조사별로는 농심이 60% 넘는 시장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2위 싸움은 치열하다. 2012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라면시장 2위 싸움은 작년에 더 뜨거웠다. AC닐슨에 따르면 2014년 라면업계 점유율은 농심(62.4%), 오뚜기(16.2%), 삼양식품(13.3%), 팔도(8.1%) 순이었다. 올해 2분기에는 농심이 ‘짜왕’의 판매 호조로 63%를 차지했으며, 오뚜기(16%), 삼양식품(10.9%), 팔도(10.1%) 순으로 팔도가 삼양을 위협하며 3위 자리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국내 라면시장 규모는 2010년 이래 정체기에 돌입해 업계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다. 2010년 1조9000억원을 기록한 이래 2013년 2조원대를 찍긴 했지만, 작년에 1조9700억원으로 다시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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