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성장률 3% 사수를 위해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카드를 꺼내 들었다. 메르스 여파로 침체된 경기를 활성화하고자 추가경정예산 등 재정 투입에 이어 세제 혜택까지 동원한 것이다. 그러나 늘어나는 가계부채와 주거비용 등 구조적 요인들 탓에 정책 효과는 과거보다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최근 소비 부진의 원인을 소비 심리 위축으로 보고 있다. 26일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최근 저유가에 따른 교역조건 개선 등으로 실질소득이 증가했지만 메르스 등으로 말미암아 소비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날 내놓은 대책도 개별소비세 부담 완화와 대규모 세일 행사 개최 등 소비 심리를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책에 대해 ‘고육지책’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단기 경기 활성화 차원에서는 공감하지만 현재 소비 침체는 심리의 문제이기보다는 가계부채와 노후불안 등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승용차 개소세 인하가 지난 정부에서는 어느 정도 효과를 거뒀지만 이번에도 그만큼의 효과가 나올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며 “소비를 주저하는 것은 노후문제와 주거비 급등의 요인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단기적인 처방보다는 소비를 근본적으로 제약하는 요인에 대해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이 정부 재정에 부담만 지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개소세 인하 등으로 1200억~1300억원 정도의 세수가 줄어드는 반면 개소세 인하로 수요가 그만큼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소비 부진이 이미 4~5년 지속되고 가계부채가 1100조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얼마나 소비가 늘어날지에 대해 의문”이라며 “지난 3년간 세수 결손이 25조원을 넘는 가운데 다른 부분에서 세수 확충 방안 없는 소비세 감면은 정부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도 “현 정부의 정책 기조가 비과세를 축소하거나 폐지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인데 개소세 인하 방침은 종전의 정부 입장과는 배치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