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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루가 어디인지 알면 뭐하나? 건널 배가 있어야지. 나루를 몰라 헤매는데 좋은 뗏목이 있다면 얼마나 반가우랴? 바로 미진보벌(迷津寶筏)이다. 그런 뗏목처럼 좋은 책을 말하는 성어다. 비슷한 말에 암구명촉(暗衢明燭)이 있다. 어두운 거리의 밝은 촛불이라는 뜻이다. 책은 밝은 빛이며 훌륭한 배다.
보벌(寶筏)은 본래 불교에서 나온 말이다. 각벌(覺筏)이라고도 쓴다. 고해중생을 피안으로 건너게 해주는 불법이 보벌이다. 이백의 ‘춘일귀산기맹호연(春日歸山寄孟浩然)’시에도 보벌이 나온다. 그는 맹호연보다 12세나 적었지만 벗처럼 형처럼 잘 지냈고, 시도 여러 편 써 보냈다.
“관직을 세상에 버려두고/청산에서 부처님 설법을 만나네/엄숙히 깨달음의 길 열어/부처님 뗏목으로 미혹의 내를 건넌다/고개 위 나무는 절 기둥에 모이고/바위에 핀 꽃은 골짜기 샘을 덮네/탑 그림자 바다 속 달에 드러나고/절 누각의 기세는 강 안개 위로 솟누나/향기는 삼천에서 지상으로 내려오고/종소리 온 골짜기로 퍼져간다/연꽃은 가을이 되어 열매 가득 차고/빽빽한 소나무는 덮개가 둥글어진다/새들은 모여 법어를 듣는 듯/용은 찾아와 참선을 지키는 듯/부끄러워라, 유수의 운치를 따르지 못하고/함부로 백아의 현으로 들어가고 말다니”[朱紱遺塵境 靑山謁梵筵 金繩開覺路 寶筏度迷川 嶺樹攢飛拱 岩花覆谷泉 塔形標海月 樓勢出江煙 香氣三天下 鍾聲萬壑連 荷秋珠已滿 松密蓋初圓 鳥聚疑聞法 龍參若護禪 愧非流水韻 叨入伯牙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