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혼 관계가 아닌 사실혼 배우자의 경우 상속권은 인정되지 않지만, 헤어질 때 재산분할 청구권은 인정된다. 하지만 중혼적 사실혼 배우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재산분할 청구권도 인정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법은 일부일처제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법률상 배우자가 있는 사실혼 관계는 법이 보호할 수 없다.
다만 법률혼 관계가 사실상 이혼 상태에 있는 경우나 법률상 배우자와 이혼 의사의 합치가 있었으나 단지 형식상 절차 미비로 법률혼이 남아 있는 경우 등에는 예외적으로 중혼적 사실혼 관계에서도 재산분할이 인정될 수 있다.
그렇다면 중혼적 사실혼 관계를 맺고 있는 배우자를 형사처벌할 수 있을까. 헌법재판소가 2015년 간통죄를 위헌이라고 판단해 간통죄가 없어진 상황에서 지금은 중혼적 사실혼 관계를 맺고 있는 배우자를 형사처벌할 방법은 없다. 중혼적 사실혼 관계를 맺고 있는 배우자에게 책임을 묻는 방법으로는 현재는 위자료 청구가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 형법에 ‘중혼죄’를 도입해 형사처벌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스위스, 일본 등 간통죄를 폐지한 국가 대부분은 형법상 중혼죄를 둬 일부일처제를 보호하고 있다.
관련 뉴스
독일은 제3자와 혼인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에 처하도록 한다. 오스트리아와 스위스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간통죄를 폐지한 이후 중혼죄를 형법에 신설했다. 일본에서는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혼인했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상대방도 같이 처벌한다.
영국은 중혼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미국의 모든 주 역시 중혼죄를 인정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중혼한 경우 최대 1만 달러의 벌금형 또는 1년 이하의 교도소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중혼죄를 도입해야 한다는 쪽은 간통죄가 폐지돼 내연남녀에 대한 형사 고소가 불가능해지면서 형사적인 사법 판단을 받을 길이 없어졌다고 주장한다. 중혼적 사실혼을 유지하고 있는 배우자가 이혼 소송을 제기하면 법률상 배우자는 이혼을 원하지 않더라도 결국 이혼을 하게 되는 상황이 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부정행위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되레 외도한 배우자나 상간남(녀)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법률상 배우자가 형사처벌을 받는 사례까지 생기고 있다.
중혼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있는 부분도 있으나, 아직은 큰 호응을 얻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간통죄를 위헌으로 결정한 헌재는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와 애정에 맡겨야지 형벌을 통해 타율적으로 강제될 수 없고, 부부간 정조의무 등은 간통한 배우자를 상대로 한 이혼 청구나 손해배상 청구 등을 통해 효과적으로 달성될 수 있다고 했다.
필자 역시 중혼죄를 도입하는 것보다는 위자료 액수를 크게 상향하거나 재산분할액수를 정할 때 유책성을 고려하는 등 민사적인 방법으로 법률상 배우자를 구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타당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