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WB) 연차총회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 차 페루 리마를 방문한 이 총재는 9일(현지시간) 페루에서 기자들과 조찬 간담회를 갖고 “3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1.1%로 (한은이) 전망한대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3분기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1분기 이후 6분기만에 1%대로 복귀하는 셈이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획재정부 3.1%, 한은 2.8%다.
이 총재는 또한 “하방 압력이 있겠지만 연간 성장률 전망치가 2.8%이든 2.9%이든 0.1%는 반올림 차이로 같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 주 한은이 발표할 예정인 수정 전망이 기존 전망에서 큰 차이가 없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지나간 숫자를 확인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수치”라며 “3분기 전망이 큰 차이가 나는게 아니라면 2.8% 달성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이 총재는 내년 물가 수준 전망치에 대해서도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올해 초 이뤄진 물가전망에서는 내년 물가 수준을 2.6%로 발표했다가 6개월 만인 지난 7월 다시 1.8%로 0.8%포인트 낮춰 잡았다.
그는 “석 달이 지난 시점에서 보면 물가는 더 떨어졌지만 달러가 강세여서 서로 상쇄하는 측면이 있다”며 “지난 번 전망과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우리 경제가 경기 침체 속에서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니라며 우려를 차단했다. 디플레이션은 물가 하락이 모든 품목에 걸쳐 전반적으로 나타나는데 우리는 7개 품목이 물가 하락을 주도하고 있어 차이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디플레를 완화하는 가장 바람직한 정책은 통화 완화 정책보다는 경제 성장이 해법이라고 답변했다.
이 총재는 다만 기대인플레이션이 낮아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일본의 가장 큰 문제가 기대인플레이션이 너무 낮은 점”이라며 “우리가 일본을 따라간다고 하는 것은 그런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현재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여전히 2%대지만 장기적으로 그렇게 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는 1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여는 이 총재는 금리 결정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미국 금리 인상 여부에 대해서는 “연내 올린다고 했으니 올리지 않으면 신뢰도가 떨어질 것 같다”고 했다.
이 총재는 다른 나라 중앙은행 총재들의 말을 인용해 “(중앙은행 총재들이) 불확실성 때문에 죽겠다고 한다”며 “미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최근 의사록을 보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조건이) 충족이 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는 것을 보면 올릴 것으로 보이는데 불확실성은 계속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총재는 10월에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낮은 것 같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가계부채와 관련해서 이 총재는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큰 과제”라며 “가계부채는 중대한 문제지만 당장 시장에 충격을 가져올 정도는 아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소득 수준이 낮은 1분위가 가지고 있는 부채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도 채 안 된다는 게 그 이유다.
이 총재는 “IMF도 가계가 부채보다 자산이 많아 관리가능한 수준이라고 봤다”며 “가계는 빚을 지면 교육비, 식비를 줄여서라도 빚을 갚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계기업의 부채는 문제라고 그는 지적했다. 이 총재는 “우리 전체 기업 지표를 보면 나쁜 것은 아니지만 한계기업이 문제”라며 “한계기업은 부채 규모가 크고, 잘못 되면 기업 거래로 연계된 다른 기업까지도 휘청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