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10월 14일 洗踏足白(세답족백) 남의 빨래를 해주다 내 발이 희어졌네

입력 2015-10-14 10:55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선배 기자 중에 목욕을 하러 가면서 “빨래하러 간다”고 말하던 사람이 있었다. 그는 기사 마감을 하고 한가해진 오후에 ‘목간’을 한 뒤 ‘석양주’까지 한잔 걸치고 회사로 들어오곤 했다. 비를 맞는 것도 빨래한다고 했다.

빨래는 손으로만 하는 게 아니다. 덩치가 크거나 때가 많은 빨랫감은 발로 밟아야 한다. 그렇게 발로 밟다 보면 어느새 발이 희어진다. 이른바 세답족백(洗踏足白)이다. 원래 ‘상전의 빨래에 종의 발꿈치가 희어진다’는 말이라지만, 남을 위해서 한 일이 자신에게도 이롭게 됐다는 풀이가 더 좋다.

세답족백의 출전이 궁금해 여러 자료를 뒤졌으나 찾지 못했다. 인조 25년(1647년) 홍만종(洪萬宗)이 병석에서 15일 만에 완성했다는 ‘순오지(旬五誌)’에는 세답족백이 “비록 남을 위한 일이지만 일을 하다 보면 이익이 자기에게 돌아온다[事雖爲彼 利卽在己]는 뜻”이라고 돼 있다.

우암 송시열(1607~1689)이 문인 이동보(李同甫·1655~1724, 동보는 자. 본명 喜朝)에게 보낸 편지 답신에도 이 말이 나온다. 3남의 관례(冠禮)에 관한 내용이다. “이런저런 점을 유념하며 예식을 치르니 법도가 모두 연관이 있는지라 이 늙은이의 심력(心力) 목력(目力)이 다해 정신이 혼미해졌네. 하는 수 없이 제자인 치도(致道: 권상하)에게 예식을 모두 위임하니 내 벗 또한 (중략) 서로가 돕는 형국이라 세답족백(洗踏足白)의 편익이 없다고 할 수 없었지.”[且念今玆校役 甚有所關 老漢心力目力 率皆昏耗 獨委致道 吾友(중략) 仍留相助 則或不無洗踏足白之益矣]

2012년 중앙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중국인 연구자 황소하(黃少霞)의 논문에 의하면 세답족백은 한국에서 만들어진 우리 고유의 성어다. 정말 좋은 말이다. 남을 위해 즐겁게 빨래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금상추에 배추·무까지…식품업계, 널뛰는 가격에 불확실성 고조 [식탁 지배하는 이상기후]
  • 단독 한달 된 '실손24' 60만 명 가입…앱 청구 고작 0.3% 불과
  • 도쿄돔 대참사…대만, 일본 꺾고 '프리미어12' 우승
  • "결혼 두고 이견" 정우성ㆍ문가비 보도, 묘한 입장차
  • ‘특허증서’ 빼곡한 글로벌 1위 BYD 본사…자사 배터리로 ‘가격 경쟁력’ 확보
  • [식물 방통위] 정쟁 속 수년째 멈춤…여야 합의제 부처의 한계
  • 이재명 오늘 '위증교사' 선고...'고의성' 여부 따라 사법리스크 최고조
  • "9만9000달러는 찍었다"…비트코인, 10만 달러 앞두고 일시 횡보 [Bit코인]
  • 오늘의 상승종목

  • 11.25 12:01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4,652,000
    • -1.21%
    • 이더리움
    • 4,617,000
    • -2.82%
    • 비트코인 캐시
    • 700,500
    • -3.04%
    • 리플
    • 1,917
    • -7.12%
    • 솔라나
    • 345,400
    • -3.44%
    • 에이다
    • 1,368
    • -8.56%
    • 이오스
    • 1,122
    • -0.8%
    • 트론
    • 287
    • -4.01%
    • 스텔라루멘
    • 706
    • -14.73%
    • 비트코인에스브이
    • 94,150
    • -4.03%
    • 체인링크
    • 24,090
    • -3.02%
    • 샌드박스
    • 1,174
    • +70.39%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