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스마트폰 부품을 제조하는 중견기업 A사는 다른 업체를 인수하고자 수백억원 규모의 자금이 필요했다. 이 회사의 대표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인 B사의 여신담당인 김모 부장을 찾아가 인수ㆍ합병(M&A)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김 부장은 대출 승인을 바로 결정할 수 없었다. A사의 정보가 너무 없었던 탓이다. 이번 대출 승인 건은 상급 관리자에게도 보고됐지만 결론은 쉽게 나지 않았다.
◇IB부문 활성화 위해 기업 관리능력 키워야= 전문가들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투자은행(IB) 업무가 활성화되려면 이들이 기업과의 접촉면을 넓혀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수십 년간 대출업무를 해 온 은행과 증권사의 기업 여신 관리 능력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부가 대형 증권사 곳간의 빗장을 풀어줘도 양곡이 대기업에만 쏠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NH, 대우, 삼성, 한국투자, 현대 등 5대 증권사의 올해 6월 말 기준 자기자본은 18조3000억원이다. 반면 이들의 기업 신용공여는 2조7000억원의 전체 자기자본의 14.8%에 그치고 있다. 이런 자금이 실물경제에서 선순환하기 위해서는 단기 성과를 목표로 삼지 말고 시장을 성장시키려는 IB와 기업의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증권사는 기업 신용공여의 경험이 적어 당장 여신을 늘릴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경험을 쌓아가면 장기적으로는 기업 신용공여가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모펀드 활성화도 실물경제 자금줄= 정부가 모든 증권사에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PEF) 운용을 허용한 것도 실물경제의 정맥을 늘리려는 방안이다. 금융위원회는 2013년 M&A 증권사에 한해서만 사모펀드 운용을 허용했다. 그러나 실물자산에 직접 투자하는 사모펀드나 기업대출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사모펀드처럼 기존의 기업금융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형태는 운용업무를 허용했다.
증권사의 사모펀드가 활성화되면 기업의 M&A 창구가 늘어 시장에 활력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포트폴리오 투자목적의 롱숏펀드와 사모펀드 간에는 엄격한 정보교류 차단으로 둘 중 한 곳의 이익이 희생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또 사모펀드의 재원이 연기금 이외에 재단, 개인 등으로 다양해져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사모시장의 규제를 완화하는 것도 IB의 질적 변화와 기업의 자금조달 용이를 모두 이끌어 내기 위한 대책이다. 현재 국내 회사채시장에서 공모발행의 비중은 80%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공모시장은 투명성이 높은 장점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발행비용이 많이 든다. 또 발행실적이 없는 기업은 공모시장에 접근하기 어려운 한계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중기 업체 대부분은 채권시장보다는 은행의 대출을 이용해왔다.
금융당국은 중기의 편중된 자금조달 경로를 개선하고자 자산규모 2조원 미만의 기업은 제한 없이 적격기관투자자(QIB) 대상 사모증권 발행을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기존에는 자산총액 5000억원 미만 기업만 이 시장을 이용했지만 총액 한도 기준을 높여 보다 많은 기업이 사모증권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또 기존에는 상장법인, 금융회사, 공기업은 사모증권을 발행할 수 없었지만 개편 이후에는 이들 회사도 자산규모가 2조원 미만이면 QIB 시장을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