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소득 상위 10% 근로자의 임금인상을 자제하면 최대 11만개의 정규직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의 분석 결과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노동계가 비현실적인 가정에 근거한 ‘뻥튀기 자료’에 불과하다며 강하게 반발한 것이다.
또 노동연구원은 연구원 소속이 아닌 민간 대학교수의 ‘임금피크제 도입효과’ 연구결과를 보도자료에 포함했다가 중대오류가 있다며 삭제해 노동개혁의 효과를 부풀리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불러일으켰다.
노동연구원이15일 내놓은 ‘상위 10% 임금인상 자제에 따른 고용효과 추정’ 자료에 따르면 100인 이상 사업체의 업종별 상위 10% 임금근로자가 임금을 동결할 경우 9만1545명의 정규직 신규 채용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임금 동결로 인한 인건비 절감분 월 2024억원을 모두 신규채용에 쓸 경우 평균 월급여 226만원의 정규직 신규 근로자 9만1545명을 추가고용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상위 10% 임금근로자의 임금인상률이 1%로 자제될 경우 정규직 신규채용 규모는 8만 5382명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상위 10%의 임금 동결로 절감한 재원을 이용해 정규직뿐 아니라 임금 수준이 낮은 비정규직까지 채용할 경우, 신규채용 규모는 11만 2729명으로 더욱 늘어나게 된다.
노사정은 지난달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대타협 당시 근로소득 상위 10% 이상의 임직원은 임금 인상을 자율적으로 자제하며, 이를 통한 여유 재원으로 청년고용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합의한 바 있다
다시 말해 상위 소득 근로자가 임금을 동결하거나 다른 일반근로자보다 낮은 1% 인상률을 감수할 경우 이에 따른 신규 채용 효과는 최소 8만5000명에서 최대 11만3000명까지 이를 수 있다는 게 연구원의 설명했다.
다만 연구원은 이같은 고용 효과가 근로소득 최상위자 임금동결과 차상위자 임금절감이 협조되고, 마련된 임금 재원으로 신규 노동력을 모두 충원할 수 있어야만 실효성이 있다고 봤다.
이날 연구원은 ‘근로시간 단축의 고용효과 추정’ 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세계 최장 수준인 우리나라의 근로시간을 줄이면 최대 19만개의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 결과도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특수고용종사자, 5인 미만 사업장 등을 제외한 1천 10만 5000명 중 현재 주 52시간 넘게 일하는 근로자는 105만 5000명(10.4%)에 달한다. 이를 토대로 시뮬레이션해보면 노사정 합의대로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줄일 경우 고용효과는 11만 2000명에서 19만 3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날 노동연구원의 발표에 대해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노총은 성명을 통해 “이번 발표는 정부 편향적으로 왜곡됐을 뿐 아니라 노사정이 고통 분담을 함께 하기로 한 합의 내용도 무시한 채 노동자의 일방적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이번 추정치에서 연구원은 상위 10% 임직원의 임금인상을 동결 내지 1%로 전제하고 합의한 적도 없는 차상위자 임금절감까지 강요하고 있다”면서 “노동자의 일방적 희생치만 산정기준으로 삼았다”고 날을 세웠다.
상위 10% 임금인상 자제에 따른 고용창출효과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한국노총은 “100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이 213조원의 현금자산을 포함해 800조원이 넘는 상황에서 임금을 동결했다고 그 비용으로 투자를 해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논리는 허구에 가깝다”면서 “되려 임금감소에 따른 소비위축으로 내수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효과도 기업의 업무강도 강화나 다른 대체수단 때문에 고용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휴일 연장근로의 경우 대법원 판결대로 할증률 100% 또는 그 이상을 적용해 근로시간 단축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한편 노동연구원은 이번 고용효과 추정발표 자료 발표 시 임금피크제 도입의 고용효과 부분도 넣었다가 자료에 중대한 오류가 발견되었다며 배포한 보도자료를 회수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한편 노동연구원은 이번 고용효과 추정 발표 과정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의 고용효과 부분을 넣었다가 자료에 중대한 오류가 발견됐다며 배포한 자료를 회수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노동연구원 측은 “자료에 중대한 오류는 없었지만 소속 연구위원이 아닌 자료를 넣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어 제외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명확한 답변은 아니었다.
이 때문에 소속 연구위원도 아닌 민간 대학교수의 연구결과까지 국책연구기관의 발표 자료에 포함시켜 정부가 노동개혁의 긍정적인 효과를 부풀리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