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은행, ‘신뢰탑’ 쌓아 올려야 할 때

입력 2015-10-2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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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희 정치경제부 기자

“중앙은행을 향한 시선이 곱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한국은행 부산본부에서 발생한 용역업체 직원의 절도사건 이후 기자가 만난 한 고위 관계자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이같이 말했다.

지난 16일 부산본부에서 지폐 자동정사기기 보수를 담당해 온 외부 용역업체 직원이 5만원짜리 지폐 한 묶음을 훔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행히 도난된 지폐는 모두 회수했지만, 중앙은행의 보안시스템이 뚫렸다는 비난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부산본부는 20여년 전에도 화폐유출 사건을 겪었다.

한은은 화폐도난 사건 발생 이후 곧바로 특별감사를 시행하기로 하고 주말부터 월요일 오전까지 회의를 열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도난 사태에 대한 직원 징계, 대응책 마련은 특별감사 결과를 보고 마련할 계획이다.

사실 이번 도난 사건은 한국은행엔 큰 부담이다. 중앙은행의 독립성, 통화정책 실효성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발생한 사건이라 신뢰에 금이 갔기 때문이다.

“금통위가 열리는 날에도 시장은 크게 동요하지 않아요.” 지난 1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린 바로 다음 날, 기자가 만난 한 시장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시장금리의 기준이 되는 정책금리에 대한 불신을 짐작케 한다. 한은은 작년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10개월에 걸쳐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1.50%까지 인하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65년 전 통화신용 정책의 독립성을 위해 세웠던 중앙은행의 위상이 흔들리는 가운데 화폐도난 사건까지 발생해 한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질풍지경초’란 옛말이 있다. 위급하거나 곤란한 경우를 당해봐야 의지가 굳은 사람임을 알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한다. 한국은행이 중앙은행으로서 금이 간 신뢰를 다시 견고하게 쌓으며, 한국은행의 의지를 시장과 국민에게 알리는 현명한 대책을 마련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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