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둔화에 신흥국 기업들의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급기야 원금은커녕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신흥국 기업 디폴트(채무불이행)율이 6년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30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신흥국 기업의 올해 디폴트율이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신흥국 기업 디폴트율이 40% 급증한 데 이어 올해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급기야 최근 수년만의 처음으로 신흥국 기업이 미국 기업 디폴트율을 앞질렀다. 바클레이스의 조사 결과, 지난 12개월간 고수익·고위험 채권인 하이일드 회사채 디폴트 비율이 신흥국은 3.8%에 달했다. 미국은 2.5%였다. 지난 4년간 신흥국의 하이일드 회사채 디폴트 비율은 0.7% 수준이었으며 미국은 2.1% 이하였다.
회사채 디폴트가 많아지면서 채권자와 기업 사이의 관계도 점점 껄끄러워지고 있다. 지난주 HSBC홀딩스는 홍콩 고등법원에 중국 수산업체 CFG(China Fishery Group)와 자회사인 CFG인터내셔널의 채무 상환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진정서를 제출했다. 페루와 러시아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에 진출한 CFG는 이달 초 6억5000만 달러 채무 중 3100만 달러의 원금 상환 날짜를 맞추지 못했다. 앞서 회사는 원금 상환 기한을 미뤄달라고 HSBC홀딩스를 2달 가까이 설득했으나 실패했다. 회사는 현재 증권선물거래법 위반 혐의에 연루됐다는 혐의로 싱가포르 당국의 조사까지 받고 있다.
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CFG뿐 아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신흥국 기업의 채무는 지난 10년간 5배 증가했으며 올해 초 총 23조7000억 달러를 기록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금융권 기업의 부채 비율은 5년 전 100%였으나 올해는 125%로 증가했다.
신흥국 회사채가 늘어난 배경에는 전 세계 저금리 기조에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자와 사업 확대에 필요한 자금조달을 원하는 기업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데 있다. 그러나 중국 경기 둔화 여파로 기업들의 채무 상환 능력이 떨어지면서 신흥국 회사채 디폴트는 내년에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특히 미국 기준금리 인상 전망으로 달러 강세 여파에 이들 신흥국 통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달러 표시로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들은 채무 상환에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