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공장’ 중국, 글로벌 기업 무덤 되나

입력 2015-12-2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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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 구조 ‘제조’에서 ‘소비’로 전환…현지 진출 기업 실적 명암

‘세계의 공장’ 중국의 경기 둔화가 글로벌 기업의 실적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시가총액 기준 미국 300대 기업 중 중국에 자회사나 계열사를 둔 135개사의 매출 총액이 지난 3분기(7~9월)에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의 자료를 인용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기업의 매출 총액은 지난 2분기와 비교해도 2% 감소했다.

신문은 중국에서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한국 현대중공업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수주 침체로 고전하고 있는 반면, 애플과 나이키 같은 소비 관련 기업은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2012년 출범한 시진핑 지도부가 경제 구조를 ‘제조’에서 ‘소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양극화 현상으로, 글로벌 기업들도 달라진 중국의 정책에 맞춰 대중(對中)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신문은 조언했다.

중국은 그동안 수출로 벌어 들인 외화를 인프라 투자로 돌려 고도의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같은 경제 성장 모델이 한계를 맞자 중국 지도부는 경제 구조 개혁을 내걸고 지속 가능한 성장 노선으로의 전환을 도모하고 있다. 과잉 설비 해소를 서두르는 한편, 개인 소비 활성화와 제 3차 산업 육성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 3분기(7~9월) 6.9%로 중국 정부가 목표로 하는 7%를 6년 반 만에 밑돌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내년에 6.3%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럼에도 시진핑 지도부는 리먼 사태 당시와 같은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은 내놓지 않을 방침임을 시사했다. 11월에 공개한 2016~2020년까지의 제13차 5개년 계획 초안에서 성장률 하한선을 6.5%로 제시하는 대범함을 보였다.

이는 중국 내 인프라 및 설비 투자 관련 기업의 실적에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미국 중장비업체인 캐터필러는 건설 및 광산용 중장비 판매 부진으로 지난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에 비해 60% 줄었다. 회사는 중국 수요가 최근 10년간 최저 수준이라며 1만 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GE는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수주액이 33억 달러로 전년보다 6% 줄었다. 재정난에 시달리는 중국 지방정부가 공공 투자를 축소하면서 그 불똥이 공공사업 수주 비중이 큰 GE에까지 튀었다. 화학 대기업인 듀폰도 중국에서 태양광 발전용 소재 판매가 부진한 상황이다.

유럽과 아시아의 기업도 대중 사업이 악화하고 있다. 독일 BASF는 중국의 경기 둔화 여파로 화학 물질 판매가 저조하며, 대만 TSMC의 스마트폰용 반도체 수요도 급감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중국에서의 부진 영향으로 3분기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와중에 선전하는 것이 소비 관련 기업이다. 미국 애플은 스마트폰 ‘아이폰’으로 중국에서 질주하고 있다. 앞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에서 침체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며 직영점을 확대할 방침을 밝혔다. 스포츠 용품업체 나이키는 9~11월 중국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씨티그룹의 마이클 코벗 CEO는 “중국은 풍부한 노동력으로 세계의 공장으로 도약하던 국면에서 소비·서비스 등 3차 산업 중심으로 경제 구조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5~6년은 중국의 성장 둔화가 이어질 것”이라며 “구조 변화에 맞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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