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의 달력도 어느덧 끝 부분을 향하고 있다. 경제와 관련한 모든 이슈는 증권시장을 거쳐 1800여개 상장기업의 주가 등으로 모두 수치화된다. 증권시장의 지난 한 해는 대한민국 경제의 한 해라고도 볼 수 있다. 증권시장의 한 해를 되돌아보는 일이 의미가 있는 이유다.
2015년 증권시장은 약 250일간 장이 열렸다. 상반기에는 수년만의 금융장세 속에 코스피지수가 장 중 2180선을 넘어서는 등 활황을 보이기도 했다. 하반기 이후에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여파, 중국증시 급락, 미국 기준 금리인상 이슈 등의 영향으로 장중 한 때 1800선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 14일 한국거래소가 출입기자단과 거래소 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올해 증권시장에 영향을 준 10대 사건을 선정해 올 한 해를 되돌아본다.
◇미국 금리인상 움직임에 따른 신흥국 자금 이탈=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은 지난 17일 9년 반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며 ‘제로금리 시대’를 마감했다. 세계 자본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다. 이에 따른 달러 강세 기조는 향후 국내 증시에 영향이 큰 사안이다.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가 완화되면 코스피가 반등할 수 있지만, 달러 강세가 이어진다면 외국인의 국내증시 이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홍콩)증시 급락=연초부터 지속적인 상승을 보였던 중국 상하이증시는 지난 6월12일 5166.35(연초 대비 63% 상승) 이후 급락하며 2달 만에 연초 수준으로 회귀했다. 최근 3500선까지 회복했지만 변동성에 대한 우려는 아직까지 남아있는 상황이다.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는 지난 4월16일 14720.13을 기록한 이후 9월 9000대에 접어들며 60% 수준으로 급락했다. 이와 관련해 H지수를 주요 편입 종목으로 삼았던 국내 ELS가 큰 피해를 입기도 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지난 2014년 말 상장한 제일모직(구, 에버랜드)은 올해 5월 26일 삼성물산과의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그룹의 생존, 신사업 진출 등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합병의 본 목적은 경영권 승계에 있었다는 것이 시장이 평이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1대 0.35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다는 논란도 일었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엘리엇은 저 평가된 삼성물산 가치가 주주 이익을 훼손한다며 두 회사의 합병을 반대하고 나섰다. 결국 지난 7월 주주총회에서 합병은 성사됐으나, 이 과정에서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와 소액주주 보호의 미비성이 지적됐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일본 롯데홀딩스를 중심으로 출자된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신동주, 신동빈 형제의 분쟁이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를 계기로 불투명했던 롯데그룹의 지배구조가 이슈화됐다. 국민 정서가 안 좋아지자 롯데는 순환출자구조 개혁과 경영투명성을 위해 80여개 계열사들의 구심점인 호텔롯데 상장 계획을 발표하고 추진 중이다.
◇상장사들의 주주 환원 정책 기조 확산=지난해 정부가 도입한 배당소득 증대세제와 더불어 올해 삼성물산 합병, 롯데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주주 친화 정책에 대한 논의가 촉발됐다. 단 몇 퍼센트의 주식을 소유하고 기업을 좌지우지하는 오너 일가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자 상장기업들 역시 주주 가치 중시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후 삼성전자의 자사주 취득 등 주주 환원정책이 점차 다른 상장사까지 확산했다.
◇대기업 간의 사업구조 개편 및 핵심사업 집중=삼성그룹은 삼성토탈, 삼성종합화학,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를 한화에 매각했고, 삼성정밀화학 등 나머지 화학분야를 롯데에 매각했다. 또 SKT가 CJ헬로비전을 인수하는 등 대기업 간의 사업구조 개편이 가속화되며 대기업들이 비주력사업을 접고 핵심사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메르스 확산 여파에 따른 내수 침체=5월 말부터 확산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인해 해외 관광객과 국내 소비가 감소해 2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1% 미만에 그쳤다. 확진자 186명과 사망자 36명, 격리자 1만6693명을 발생시키며 70일간 대한민국을 긴 고통에 빠트린 메르스 사태는 지난 28일 정부의 ‘종식 선언’과 함께 사실상 마무리됐다.
◇증권시장 가격제한폭 확대 =한국거래소는 지난 6월 15일 가격제한폭을 종전 ±15%에서 ±30%까지 확대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가격제한폭 확대와 가격안정화장치 개편 이후 6개월 동안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상한가 종목수는 18.7종목에서 7.7종목으로 감소했으며 하한가 종목수는 4.1종목에서 0.4종목으로 주는 등 변동성 완화에 도움을 줬다는 평이다.
◇한국거래소 공공기관 해제와 지주사 개편 추진= 한국거래소는 2009년 공공기관에 지정된 이후 지난 1월 6년 만에 공공기관에서 해제됐다. 이후 금융위원회와 거래소는 거래소를 지주사체제로 개편한 후 상장을 추진하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정부와 거래소는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이 글로벌 거래소들과의 경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관련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법은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IPO 활성화= 올해 상장한 기업은 지난 11일 신규상장 심사승인 기준으로 유가증권이 14개사, 코스닥이 103개사로 2002년 이후 1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양적으로뿐만 아니라 LIG넥스원, 더블유게임즈 등 유망한 기업들이 공개되며 공모시장을 이끌었다. 다만, 연말 들어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 등 대내외 악재가 부각되자 최근 들어 정체됐다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