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호의 세계는 왜?] 미국 ‘더뉴리퍼블릭’의 몰락과 ‘워싱턴포스트’의 부활, 그 이유는?

입력 2016-01-12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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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휴즈 페이스북 공동 설립자 겸 더뉴리퍼블릭 회장. 출처 블룸버그
▲크리스 휴즈 페이스북 공동 설립자 겸 더뉴리퍼블릭 회장. 출처 블룸버그

마크 저커버그의 하버드대 룸메이트로 그와 함께 페이스북을 설립했던 크리스 휴즈(32)가 102년 전통의 미국 시사지 ‘더뉴리퍼블릭(The New Republic, TNR)’에서 손을 뗐습니다. 그는 지난 2012년 이 잡지 대주주로 올라서며 발행인 겸 회장이 됐습니다. 그러나 그는 11일(현지시간) 지난 4년간 TNR을 디지털 미디어로 변모시키려 했으나 실패했다며 매각을 선언합니다.

직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그는 “많은 시간과 노력, 2000만 달러(약 240억원)가 넘는 돈을 투자하고 나서 더뉴리퍼블릭에 새로운 리더십과 비전이 필요한 때라는 결론을 얻었다”며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오래되고 전통 있는 잡지를 디지털 미디어로 변모시키는 데 드는 어려움을 과소평가했다”고 토로했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휴즈의 실리콘밸리 스타일 경영방식과 전통적인 저널리즘 사이의 문화적 충돌을 가장 큰 실패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휴즈는 지난 2014년 9월 야후 출신의 가이 비드라를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했습니다. 그러나 비드라가 3개월 만인 그 해 12월 기자들의 높은 신뢰를 받던 프랭크 포어 편집장을 내쫓으면서 혼란이 극대화됐습니다. 포어와 더불어 고참 기자와 기고가 등 TNR의 기둥들이 잇따라 회사를 떠난 것이죠.

이들 기자는 디지털화를 강조하면서 무게 있는 저널리즘보다 클릭을 유발할 수 있는 가벼운 뉴스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회사 방침에 이미 진저리가 난 상태입니다.

휴즈는 잡지 발행을 연간 20회에서 10회로 줄이고 본사를 워싱턴에서 뉴욕으로 옮기는 등 변화를 꾀했습니다. 무거운 정치 이슈에 대한 집착보다는 가독성을 높인 기사로 승부를 보겠다는 심산이었지요. 그가 잡지를 매각한다는 소식을 얼핏 들으면 고리타분한 기자들이 변화를 꾀하려는 실리콘밸리 출신의 젊은 부호에 완강한 거부 반응을 보인 것이 주원인 같습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블룸버그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블룸버그

그러나 IT업계 거인인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가 경영난에 빠진 워싱턴포스트(WP)를 인수하고 나서 이 신문이 디지털화에 성공하고 있다는 소식은 TNR과 대조적입니다. WP 사이트 방문객은 지난 2013년 9월 2600만명에서 지난해 11월 7200만명으로 늘어났다고 하네요.

베조스는 성공하고 휴즈는 실패한 결정적 차이는 무엇일까요. 휴즈가 조회수에 집착하며 TNR이 그동안 쌓아왔던 저널리즘의 가치를 무시했던 것과 달리 베조스는 WP의 기사 내용과 논조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도 표명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집중했던 것은 WP의 콘텐츠를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WP는 아마존으로부터 일부 엔지니어를 지원받았습니다. 또 회사 내 빅데이터 분석팀이 아마존과 정기적으로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또 기자와 에디터를 더 늘리는 등 콘텐츠의 질을 강화했습니다.

베조스는 지난해 한 콘퍼런스에 “나는 신문사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며 “그러나 인터넷은 알고 있다. 이는 내가 제공할 수 있는 금융 활주로와 결합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WP를 인수한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베조스와 휴즈의 차이를 너무 잘 설명한 말이네요. 베조스는 자신이 잘 아는 것에 집중해 WP의 변화를 이끌어 냈으니까요.

이제 TNR은 다시 새 주인을 찾아야 합니다. 휴즈의 말대로 TNR이 새로운 비전과 리더십을 갖춘 인물의 손에 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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