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저유가] ‘3저 호황’은 추억…저유가 제대로 활용해야 ‘호재’

입력 2016-01-13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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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체질 개선, 산업구조 재편 계기 삼아야”

국제유가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한국 경제가 떨고 있다. 국제유가가 낮은 수준에 계속 머물면서 수입물가 하락에 따른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석유 수출로 경제를 지탱하는 신흥국들의 위기가 증폭돼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도 큰 상황이다.

저유가는 에너지원을 전량 수입해야 하는 한국 경제에 축복으로 여겨졌다. 기름값이 내려가면 기업들은 생산 비용을 줄이고 개인은 소비를 늘릴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최근엔 유가 하락이 장기화되고 있는데다 낙폭도 커 ‘저유가의 저주’라는 역설적인 상황까지 빚어지고 있다.

◇국제유가 30달러선 붕괴…저유가 호재 아닌 악재= 13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12일(현지시간)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 가격이 전날보다 1.63달러 하락한 배럴당 26.44달러로, 30달러선이 무너졌다. 이는 지난 2003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2014년 중반만해도 배럴당 110달러 선이던 국제유가가 불과 1년6개월 만에 70% 하락하면서 배럴당 30달러를 기점으로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마저 꺾이고 있다.

더욱 문제는 앞으로도 시장에 먹구름을 드리운 공급 과잉을 해결할만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이하로 떨어져 10달러대에서 거래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지나친 것은 부족한 것만 못하다고 했던가. 한때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던 국제유가가 20~30달러대로 추락하면서 저유가는 우리 경제에 축복이 아니라 큰 악재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원유를 전량 수입해 쓰는 한국 경제에 유가 하락은 긍정적인 면이 적지 않다. 기업 입장에서는 장 가동 등에 필요한 에너지 비용을 아낄 수 있어 채산성이 높아진다. 가계 입장에선 기업의 생산비용 절감으로 제품 가격이 떨어지고 물가수준이 내려가면 실질소득이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져 소비 여력이 커진다. 1985년 플라자합의 직후 3년간 한국이 흑자로 돌아설 수 있었던 결정적 배경도 ‘저유가·저금리·저달러’라는 3저(低) 현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가하락 수요 부진 탓…“수출제품 경쟁력 높여야” =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최근의 유가 하락은 셰일오일 등 공급 증가뿐만 아니라 중국의 경기 둔화와 대체에너지 증가에 따른 오일 수요 감소를 동반하고 있어 과거의 유가 하락과는 성격을 달리한다.

우선 지금의 저유가는 사우디아라비아ㆍ베네수엘라ㆍ브라질ㆍ러시아 등 석유 수출 의존도가 큰 산유국들을 비롯한 비롯한 신흥국 경제를 어렵게 만들어 글로벌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수 있다. 원자재인 석유 가격이 하락하면 물가도 따라 낮아지는 만큼 세계 경제에 디플레이션 압력도 높아진다. 우리나라가 작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7%로 사상 최저를 기록한 것은 유가 하락의 영향이 크다.

또 80년대 저유가 시대는 세계 경기가 지금과 같은 불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해외 수요가 충분했다. 통상적으로 국제 유가 하락은 기업 투자심리를 개선해 투자 증대를 유발하지만 최근의 저유가 현상은 세계 수요 부진에 의한 것이어서 구매력 상승, 소비·생산·투자 증가 효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실질구매력을 보여주는 국내총소득(GDI)은 3저 호황 시절이던 1986년 2분기에 전기 대비 5.9% 증가했지만 같은 저유가 상황이라고 해도 2015년 1분기는 전 분기보다 3.6% 증가에 그쳤다.

저유가 국면에서 나타난 소비자 경기심리의 경우 80년대 중반에는 유가급락기를 거치면서 뚜렷하게 상승했지만 최근에는 그렇지 않았다. 1985년 10월∼1986년 4월 유가급락기가 지난 뒤 6개월간의 경기동행지수는 1986년 4월 99.1에서 1986년 10월 100.2로 올라선 반면 2014년 7월∼2015년 1월 유가급락 후 경기동행지수는 100.1(1월)에서 99.7(7월)로 하락했다.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저유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내수경제 침체와 산업 경쟁력 약화 등 타격을 입고 있다.

특히나 최근 저유가 기조는 건설과 조선(플랜트) 등 주요 수주산업의 체질을 악화시키고 있다. 오일 달러가 감소하면서 중동 산유국이 플랜트 발주를 줄이고, 유가하락으로 채산성이 떨어지면서 오일 메이저들이 해양 플랜트 발주를 끊은 탓이다.

저유가의 대표 수혜산업으로 꼽히는 해운업종도 공급 과잉에 빠진 탓에 유가 하락보다 운임 하락이 더 커 수혜를 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저유가가 계속되면서 주요 수출 품목인 석유제품, 석유 화학 등의 분야의 피해도 적잖다.

전문가들은 저유가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를 줄이면서 긍정적인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수출산업의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체질 개선을 이뤄내야 한다고 제언한다. 유가 하락으로 생산 비용이 싸진 만큼 줄어든 생산 비용을 제품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유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전년 대비 수출 단가하락폭은 점점 미미해지는 만큼 수출물량을 계속 늘릴 수만 있다면 중장기적으로 우리 수출에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연구개발 투자 등을 늘려 더 좋은 제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창출하는 것이 전제된다면 저유가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세계 경제가 저유가로 인한 단기 위험에서 벗어나면 국내 수출산업 등 제조업 경기에는 저유가가 장기적으로 우호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저유가 장기화는 구조조정을 통한 산업 재편을 수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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