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설 연휴가 편치 않을 전망이다. 연초부터 대내외 경제금융 상황이 급변하면서 시장을 중심으로 금리인하 압박이 커지고 있어서다. 반면 경제전문가들은 금리인하에 따른 부정적 여파가 크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우선 연초부터 중국 증시가 폭락세를 보인 데다 국제유가가 30달러를 밑돌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하루 10원 넘게 급등락하는 일이 다반사다.
경기부양을 위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완화책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은행(BOJ)이 사상 첫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데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추가 양적완화를 예고하고 나섰다. 지난해 12월 제로금리를 7년 만에 탈피한 미국 연준(Fed)의 긴축기조도 제동이 걸리는 분위기다. 3월 추가 인상이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내 경제도 만만치 않다. 1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5%나 급감하며 2009년 8월(-20.9%) 이후 6년 2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소비절벽도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 내수 활성화의 견인차였던 ‘개별소비세 인하’가 종료되면서 1월 자동차판매량이 40% 가까이 줄었다.
이에 따라 유일호 부총리도 취임 3주 만인 3일 부랴부랴 재정 조기집행 등을 포함한 경기부양책을 꺼내 들었다. 정부가 정책의 무게를 구조개혁에서 부양으로 옮기면서 한은도 이에 호응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연초부터 대내외 경기불안으로 유일호 경제팀이 적극적 경기부양으로 정책 스탠스를 선회했다. 공조 차원에서 한은의 조기 금리인하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자본유출과 116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 문제로 금리인하의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 최근 국제유가 급락에 따라 중동 국가를 중심으로 주식시장에서 돈을 빼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은 1월 한 달 동안 23억3700만 달러어치를 팔아치웠다. 지난해 11월 14억6400만 달러에 이어 12월 26억100만 달러 등 매도세를 지속 중이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인하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좋지 않다. 미국이 긴축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한·미 간 금리차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 부작용도 생각해 볼 때”라고 밝혔다.
한은도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 금통위원은 “대내외 여건의 전개와 관련 리스크를 면밀히 지켜보고 평가하면서 최선의 정책적 대응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1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