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최근의 상황을 보면 이러한 처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지 의문이 든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내놓은 ‘한·중·일 해외자원 개발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해외자원개발 투자 규모는 일본과 중국의 10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의 해외자원 개발 예산은 958억원으로 지난해 3594억원에 비해 약 73% 삭감됐다. 비슷한 처지인 일본이 예산을 13% 늘려 저유가 이후를 대비하고 있는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일본의 자원 개발률은 2012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14년 25%에 육박해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1년 이후 정체돼 겨우 14% 수준에 머물러 있다.
MB정부 이후 불어닥친 해외자원 개발 부실투자 광풍 탓이다. 자원개발 투자와 관련된 비리 논란은 정치권 공방으로 이어졌고, 에너지 공기업이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으며 급기야 자원개발 신규사업 규모와 투자액이 급감했다. 여기에 정부의 ‘공기업 정상화’ 대책에 따라 에너지 공기업들은 2017년까지 6조원 이상의 해외자산을 매각할 예정이다. 하지만, 촉박한 일정에 쫓겨 조급하게 매각하면 부실매각·헐값매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해외자원 개발 산업은 자원의 발견에서 개발·생산까지 10년 이상이 소요되고 동 기간 내내 투자가 지속돼야 사업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 투자비용 회수까지는 탐사 시작부터 약 8~15년이 소요돼 투자액 회수기간이 긴 산업이다. 특히 탐사 성공률이 낮고 국제가격, 생산국의 정치·사회적 여건 등 리스크가 매우 크지만 사업 성공 시 그에 따른 수익성도 매우 높다.
자원개발 사업 과정에서 비리가 있다면 엄벌에 처하고 이러한 일들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확충하는 것이 옳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고 자원개발 자체를 줄여서는 안 된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 처지에서 에너지 자립률 제고를 위해서라도 해외자원 개발 사업은 포기해서는 안 된다.
거기다 상황마저 좋지 않은가. 두바이와 서부텍사스 중질유, 북해산 브렌트유 등 국제유가가 30달러 아래로 내려가는 등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바닥 모를 유가에 자원 관련 매물이 저렴한 가격에 나오고 있다.
해외자원 개발은 정치적 논리에 떠밀려 판단해서는 안 된다. 국제유가가 급락한 지금이 해외자원 개발의 골든타임이다. 해외자원 개발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성공불융자금을 확대하거나 올해 일몰이 예상되는 세제 지원의 기한을 연장해 기업이 적극적으로 탐사에 나설 수 있게 해야 한다.
SK이노베이션·삼성물산·GS에너지·LG상사·대우인터내셔널과 같은 민간기업들이 비교적 작은 광구의 광권을 매입하고 탐사부터 개발·생산의 절차를 정석대로 밟으며 수백억~수천억원의 이익을 내거나 기대되고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