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브렉시트’ 여론 양분…EU 3위 경제국 앞날 안갯속으로

입력 2016-02-2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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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이탈할 것인지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오는 6월 23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잔류를 위해 전력으로 국민을 설득하겠다”고 밝히는 한편, 국민들 사이에 신망이 두터워 차기 총리로도 유력한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은 영국의 EU 탈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현 시점에서 EU 이탈과 잔류 지지율은 팽팽한 가운데 우려의 소리가 잇따르면서 EU 3위 경제국의 앞날은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내각회의를 열고 전날 EU 정상회의에서 타결된 EU 개혁 협상 합의안을 논의한 뒤 영국의 EU 잔류·탈퇴를 묻는 국민투표 일정을 발표했다. 그는 “큰 결정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U를 떠나는 건 영국의 경제적 이익과 국가 안보에 위험이 될 것”이라며 자신은 EU 잔류를 호소해 나갈 생각임을 나타냈다. 반면 차기 총리 후보인 존슨 시장은 21일 런던 자택 앞에서 취재진에게 “캐머런 총리와 정부 방침에 반대하는 것은 원치 않았다”면서도 “머리를 싸맨 끝에 내린 결론이며 EU를 떠나는 쪽을 지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영국은 EU의 다른 회원국으로부터 이민자가 급증하는데 대한 국민의 불만 등을 배경으로 EU에 개혁을 요구, 19일 열린 EU 정상회의에서는 영국의 EU 이탈을 저지하고자 영국이 제시한 요구조건을 대부분 수용했다.

영국은 EU 회원국이면서도 국가의 주권을 유지하려는 의식이 강해, EU가 진행하는 통화 및 시장 통합 등에 대해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왔다. 단일 통화인 유로를 도입하지 않고 파운드를 계속 사용하는 예외를 EU에 인정하게 한 것 등이 그 예다.

3년 전, 캐머런 총리는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공언했다. 당시 강조한 것도 EU에서 영국의 독자적 지위를 지키자는 것이었다. 당시 유럽 경제는 유로존 재정 위기가 확산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EU를 통합해 대응하자는 논의가 급물살을 타던 시기였다. 그러나 집권 보수당 내 EU에 회의적인 의원들이 경계를 강화했고, 궁지에 몰린 캐머런 총리가 정치적 결단 차원에서 국민투표를 내세운 것이다.

캐머런 총리가 국민투표일을 6월 23일로 정한 건 내전이 계속되는 시리아를 비롯한 중동 등지에서 유럽으로 난민 유입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름철 기후가 안정돼 난민 유입이 다시 본격화하는 시기가 돌아오기 전에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단 의도다.

이달 열린 6개 여론 조사에 따르면 EU 잔류 지지율은 평균 51%, EU 이탈 지지율은 평균 49%로 박빙이었다.

영국에서 난민 문제에 특히 민감한 건 농장과 공장, 의료 현장 등에서 이민자 일꾼이 필수적인 반면, 이민자에 일자리를 빼앗기거나 학교나 공영 주택 등 공공 서비스에 대한 부담이 증가, 지역 사회의 급격한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국이 EU에서 이탈할 시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우려의 소리가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영국이 EU에서 이탈하게 되면 시장에서 영국 파운드, 주식, 국채 등 트리플 약세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영국은 EU 회원국으로서 크게 두 가지 혜택을 입고 있다. 최대 무역 파트너인 유럽 대륙에 대한 무관세와 유럽 금융의 중심지 런던시티의 발전이다. EU에서 이탈하게 되면 이러한 장점은 모두 잃게 된다는 것이다.

영국경영자협회(IOD)와 영국기계경영자연맹(EEF)은 21일 EU 잔류 찬반 국민투표에 대해 영국의 기업 경영자가 잔류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나타냈다. IOD는 캐머런 총리가 EU 정상과 합의한 개혁안에 대해 600개 이상의 회원사가 EU 잔류 지지를 얻는데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EEF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협상 타결을 앞두고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라 회원사 10개사 중 6개사가 영국의 EU 잔류를 바라고 있다며 회원사의 입장을 바꾼다는 의미에서 이번 합의 내용이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한편 영국과 EU의 결속이 위태로워질 경우 유로에 매도 압력이 강해질 수 있다. 영국은 EU에서 3위의 경제 규모를 가진 데다 프랑스와 대등한 유엔 상임 이사국이기도 하다. 영국의 EU 탈퇴가 현실이 되면 유럽에 있어서도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 약화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금융업이 타격을 입으면서 런던 집값이 폭락할 가능성이 크고, 직접 투자 유보와 소비 침체를 계기로 경기가 침체될 가능성이 있으며, 세계 경기 자체가 침체 기조 시기에 있는 만큼 그 영향이 세계로 번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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