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성과연봉제 도입을 둘러싼 사측과 노조와의 대립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은행 등 34개 기관을 회원사로 금융노조와 산별교섭을 진행하는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이하 사용자협의회)는 2010년 출범 이래 처음 무더기 탈퇴 사태가 벌어졌다.
사용자협의회는 30일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등 7개 금융공기업이 협의회에서 탈퇴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들 금융공기업은 지난 21일 열린 제3차 대표자회의에서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해 금융노조가 계속해서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산별교섭의 조기타결 가능성이 없으면 사용자협의 탈퇴를 포함한 새로운 협상방식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7개 금융공기업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진행된 제4차 대표자회의에서 회원사 탈퇴를 최종 통보했다.
이들 금융공기업은 "금융노조가 사용자협의회에서 제안한 산별 노사 공동 TF 구성은 거부하고, 2016년 산별교섭 요구안에 오히려 성과연봉제 도입, 신규직원 초임 조정을 통한 신규채용 확대, 저성과자 관리 방안 도입 등 사측의 요구사항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내용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노조는 성과주의 저지를 위해 한국노총의 노동법 저지투쟁 일정에 맞춰 6월 중 교섭을 결렬하고 쟁의권을 확보한다는 방침이어서 현재의 산별교섭 형태로는 성과연봉제의 기한 내 도입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들 금융공기업은 또 "성과연봉제 도입이 정부의 경영평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조기에 도입해야 직원 성과급 등 인센티브를 확보할 수 있고 기한 내에 도입하지 못하면 직원들이 많은 불이익을 받게 되어 있어 조속한 도입이 시급하다"며 "반대만 하는 금용노조와 사용자협의회 간 교섭을 통해 타결되기를 기다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금융공기업은 일반 금융회사와 차이가 있어 산별교섭을 통한 공동 논의는 교섭 자체를 비효율적으로 만들고 타결을 힘들게 할 수 있다"며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하고 개별 협상을 통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 금융공기업이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교섭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임금 및 단체협약의 교섭권은 금융노조에 있는 만큼 지부와의 협상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용자협의회에서 이탈한 공기업들은 각각 금융노조와 교섭을 벌여야 한다.
다만 각 공기업 노조지부가 교섭권을 위임받을 경우 사측이 협상을 벌일 수 있지만, 금융노조 측이 절대 불가 입장을 보이고 있어 현실성이 떨어진다.
금융노조 측은 성과주의보다 관치금융부터 해결하라며 성과연봉제 도입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그러면서 대화 창구는 계속 열어놨다.
금융노조는 다음 달 4일로 예정된 사용자협의회 측과의 올해 첫 교섭에 양측 모두가 참석하는 전체회의를 제안한 상태다. 통상 양측의 교섭은 하영구 회장을 비롯한 사용자협의회 6명, 김문호 위원장과 금융노조 6명 등 총 12명이 모여 진행해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용자협의회 설립 취지에 교섭 비용 감축도 있는 만큼 이례적인 전체 모임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노동법상 교섭권이 금융노조에 있더라도 개별 사업장이 노조 지부와 합의사항이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는 만큼 앞으로의 상황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사용자협의회는 제4차 대표자 회의에서 산별교섭 노사 양측의 요구안을 보고하고 교섭 방향을 논의했다. 올해 교섭 안건 중 사측의 요구안은 △임금동결 △신규직원 초임 조정을 통한 신규채용 확대 △성과연봉제 도입 △저성과자 관리방안 도입 등 4개다.
노측의 요구안은 임금 4.4% 인상과 7개 분야, 36개 세부안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요 내용은 △성과연봉제 등 개인별 성과차등 임금제도 금지 △성과평가를 이유로 한 해고 등 징벌 금지 △신입직원에 대한 차별금지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