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국내 주식형 펀드는 국제 증시의 급변동으로 본전을 겨우 지켰다. 시장 수익률을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는 3월 들어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며 소폭 수익률을 냈지만 액티브 펀드는 손실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특화된 전략을 가진 펀드들은 5% 내외의 수익률을 내며 선방했다.
5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연초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 중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고 가장 수익률이 높았던 상품은 ‘현대돈잘버는알짜기업자 1(주식)A 1’이다. 연초 이후부터 지난달 29일까지 7.6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액티브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은 -1.04%로 손실을 내고 있다.
현대돈잘버는알짜기업 펀드는 전형적인 가치주 펀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펀더멘탈인덱싱 전략을 응용한 전략으로 빛을 봤다. 기존 인덱스전략에서 고려하는 시가총액 비중에 매출액 등 펀더멘탈 요소를 반영해 종목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가치주 선별 시 운용역의 재량은 최소화한다.
조선묵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 리테일마케팅본부 과장은 “주식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하는데 기존 인덱스 전략대로라면 주가가 오를수록 시총 비중도 커져 비싼 데도 많이 담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며 “매출액 비중 등 펀더멘탈과의 괴리를 확인하고 펀더멘탈이 훌륭한 종목 위주로 ‘농도 짙은 가치주’를 선별한 것이 이번 변동장에서 살아남은 비결”이라고 말했다.
현대돈잘버는알짜 펀드를 비롯해 수익률 10위 안에 든 주식형 펀드들은 모두 시장 단기 테마보다는 기업의 내재가치를 자체 분석하는 전략을 주로 사용했다.
연초 이후 5.08% 수익률을 내 2위에 오른 ‘신한BNPP좋은아침코리아자 2[주식](종A)’는 구조적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가치주와 성장주를 미리 구분하지 않고 종목을 발굴해 장기 운용성과 극대화를 추구한다. 특히 좋은아침코리아 2호의 경우 90일 이전에 환매해도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아 변동성이 심한 장에서 언제든지 환매할 수 있어 투자자에게 유리하다.
‘신한BNPP Tops모아펜더멘탈인덱스자 1[주식]’은 현대돈잘버는알짜 펀드처럼 인덱스와 액티브 전략을 적절히 혼용해 변동장에서도 4.37% 수익률을 냈다. 매출액, 현금흐름, 자기자본, 배당 등 재무 데이터를 기준으로 지수에 편입되는 종목과 비중을 결정해 낮은 변동성과 높은 수익률을 꾀한 것이다.
‘IBK좋은기업바른기업[주식]A’는 2006년 사회복지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앞장서는 기업에 투자하는 사회적 책임 투자 펀드(SRI: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로 출시됐다. 한때 ‘착한 펀드는 수익률이 나쁘다’는 오명을 얻기도 했지만 약 10년간 장기 투자하면서 흔들리는 장에서도 4%대 성과를 지켰다.
투자자금은 중소형주 펀드로 쏠렸다. 연초 이후 ‘한국투자네비게이터 1(주식)(A)’에는 538억원이 유입됐고 ‘맥쿼리뉴그로쓰자 1(주식)종류A’에는 474억원이 들어와 유입세가 가장 컸다. ‘미래에셋인디펜던스 2(주식)종류C 1’과 ‘KB중소형주포커스자(주식)A Class’, ‘삼성중소형FOCUS자 1[주식](A)’ 등에도 각각 200억원 이상 유입됐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연초 이후 장이 급락하면서 가격이 내려가자 성장 가능성이 큰 종목에 투자하는 펀드들로 저가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운용사 중에서는 흥국자산운용과 플러스자산운용이 국내주식 운용에서 각각 연초 이후 3.89%, 3.65% 수익률을 내며 선방했다.
플러스자산운용도 다른 높은 수익률을 낸 펀드와 마찬가지로 중소형주에 특화된 ‘텐배거 1호’ 펀드로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적극 대응하며 올해 1분기 우수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해당 펀드는 종목 단위의 단기 트레이딩 대신 성장성이 높은 종목군 위주로 그룹 편입해 가치 상승을 추구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플러스자산운용 관계자는 “LCD에서 OLED로 패러다임이 변하는 과정에서 디스플레이 섹터 내 관련 종목에 적극 투자했고 유가 급락 후 중단기적 시점에서 항공주와 정유 화학 섹터에 분산 투자해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