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중국의 공습이 가속도가 붙고 있다. 자국 내 경기둔화 우려를 뒤로 하고 해외 기업에 대한 왕성한 식욕을 보이고 있다. 경쟁이 어려울 정도의 파격 제안을 내놓는 것은 기본, 다된 협상에 막판 끼어들기도 서슴지 않는다.
지난 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톰슨로이터 자료를 인용해 올해 1분기 중국이 글로벌 M&A 시장에서 차지한 비중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전 세계 M&A 시장 규모는 전체 6820억 달러(785조2548억원). 이중 중국이 15%의 비중을 차지,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 높은 존재감을 확보하게 됐다. 특히 글로벌 M&A에서 아웃바운드(해외) 거래는 46%인 3110억 달러였으며 이 가운데 중국은 1010억 달러로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이로써 중국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미국(2560억 달러), 유럽(1810억 달러) 다음으로 활발한 M&A를 펼쳤다.
규모만큼이나 M&A가 일어나는 분야도 농업에서부터 호텔, 백색가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중 M&A 시장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빅딜’은 중국화공집단공사(켐차이나, CNCC)의 스위스 종자·농약업체 신젠타 인수였다. 지난달 3일 양사는 430억 달러에 합병에 합의했다. 중국 해외 기업 M&A 규모로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 켐차이나는 바로 전월인 2월에도 이탈리아 타이어업체 피렐리를 77억 달러에 사들였다. 중국 안방보험의 65억 달러 규모 스트래직호텔스앤리조트 인수도, 중국 하이얼이 미국 대표 백색가전업체 제너럴일렉트릭(GE)의 가전사업부를 54억 달러에 인수, 다롄완다의 할리우드 영화제작사 레전더리 인수도 모두 1분기에 이뤄졌다.
중국이 이처럼 해외 M&A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빅딜에 성공한 기업들이 모두 정치적으로 든든한 배경을 두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신젠타를 인수한 런젠신 회장과 켐차이나의 안방보험의 우샤오후이 회장 모두 정관계 인사다. 이들이 사들이는 해외 기업 대부분 내수 경제와 관련이 깊다. 즉 정관계 인사들을 필두로 진행되는 해외 대규모 M&A가 서비스업과 내수 중심의 경제구조로 돌리려는 중국 정부의 계획과 맞닿아 있고 이 때문에 당국의 규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평가다. HSBC의 스티븐 윌리엄스는 “중국은 필요한 것보다 원하는 것을 사고 있다”면서 “국유기업에 이어 민간기업까지 해외 자산 매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중국 인민은행이 지난해 여섯 차례나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면서 자금 조달이 용이해졌다는 것도 해외 기업사냥용 총알 장전에 보탬이 됐다는 평가다. 저금리로 쉽게 자금을 조달해 다른 국가 기업보다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기 때문에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주먹구구식보다 비교적 체계 잡힌 중국기업의 M&A 접근방식도 시장의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라구 나레인 기업자문 책임자는 “최근 중국은 M&A를 위한 유동성과 성숙함을 모두 갖췄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기업들의 해외 기업 사냥 공세가 중국의 성장둔화 우려를 방증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기업들이 살길을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자국 내 경제성장 둔화와 위안화 평가절하로 인해 중국의 경쟁적 M&A 활동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중국이 자국 기업들의 해외 M&A 활동 과열을 우려하기 시작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기업들이 저금리에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해외 M&A에 뛰어들면서 부채문제가 커지고 있다는 것.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타우드호텔앤리조트 인수전에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던 중국 안방보험이 돌연 백기 든 이유가 중국 보험 당국이 총 자산의 15% 이상을 해외에 투자하지 못하게 한 자국 내 규정을 들어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