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기사에서 지난 2001년 이후 영국에서 비서 일자리의 절반이 사라졌으며 그 수는 19만5000개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FT는 정부 공식통계 등을 분석해 이런 수치를 도출해냈다.
인사 전문 컨설팅업체 잡스이코노미스트의 존 필폿 이사는 FT와의 인터뷰에서 “기본적인 비서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며 “기술이 근본적으로 고용시장의 지평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IT 기술이 발전하면서 출장 관리와 전자문서 작성 등 기본업무에서부터 프로젝트 관리, 전략적 리서치에 이르기까지 여러 영역에서 AI가 비서 일자리를 위협하는 것이다. FT는 영국에서 2001년 이후 개인 피트니스 강사가 2배로 늘어난 것처럼 서비스산업에서 이전보다 더욱 개인적이고 특화된 수요에 맞춘 전문직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일명 다보스포럼)에서도 인공지능으로 사라지게 될 일자리 문제가 중요 화두였다. WEF가 이번 포럼에서 발표한 ‘직업의 미래’ 보고서는 앞으로 5년간 전 세계 15개국에서 AI와 로봇의 발전으로 200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기지만 710만개는 사라져 결과적으로 510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사무직과 판매직, 금융상담직 등 화이트칼라 일자리 대부분이 사라질 위기에 놓인 것이다. 영국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와 미국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대형은행들은 지난달 고객 상담인력을 감원하고 빈자리를 로봇 자문 서비스인 ‘로보 어드바이저스’가 채운다고 밝혔다.
일본 국립정보학연구소의 아라이 노리코 교수는 지난달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은행 업무의 80%를 AI가 맡을 수 있다”며 “AI가 서투른 부분은 고급 판단력이 요구되는 일이지만 이런 일은 극히 일부의 사람만이 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 일자리는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인간 비서들에게 희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영국 인력개발연구소(CIPD)의 피터 치즈 소장은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기대해 비서 일자리를 줄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숨겨진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며 “숙련된 비서는 회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일을 처리하고 있다. 기업들은 기술이 직원들의 생산성을 더 높이는지를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