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코코본드(조건부자본증권)에 대해 재검토에 나섰다고 2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은행들의 자기자본 확충의 수단으로 쓰이는 코코본드 발행이 올 들어 투자자들 사이에서 패닉을 불러일으킨 탓이다.
영란은행(BOE)과 스위스의 금융감독국(Finma) 등 유럽의 다른 규제 당국은 은행들의 코코본드 발행을 계속 지지하고 있으나, ECB 산하 단일은행감독기구(SSM)에서 코코본드에 대한 재검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SSM 내부에서 이러한 기류가 감지되는 것은 도이체방크 등 일부 유럽 주요 시중은행들이 코코본드 발행에 있어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도이체방크는 지난해 50억 유로 규모의 코코본드를 발행했으며 30억~40억 유로를 추가로 발행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새로 부임한 존 크라이언 도이체방크 CEO가 해당 계획을 철회했다. 최근에는 코코본드를 두고 “나쁜 상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코코본드는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으로 하이브리드 증권으로도 불린다. 일반 채권보다 금리가 높지만 은행 등 발행기관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면 원리금 전체가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상각돼 그만큼 원금 손실 리스크가 있는 채권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자본을 늘려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려는 은행들이 많이 발행한다. 특히 ECB가 마이너스금리를 도입된 후 코코본드 발행에 대한 은행권의 관심이 높아지게 됐다. 유럽 주요국 금융당국도 코코본드 발행을 권장하는 분위기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할 경우 은행권의 구제금융에 납세자들의 혈세가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은행 자본확충의 한 방안으로 떠올랐기 때문. 이에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이 2019년까지 단계적으로 코코본드 비중을 늘리라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지난 2월 코코본드에 대한 은행권의 믿음은 불신으로 뒤바뀌게 됐다. 장기간 저금리가 이어진 가운데 ECB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면서 은행들의 수익성이 직격탄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은행의 수익성 악화 우려는 코코본드가 주식으로 전환, 원금 손실 발생의 공포로 이어지면서 코코본드 가격은 폭락했다. 코코본드 폭락세 중심에는 유럽 최대은행 도이체방크가 있었다. 2월 폭락세 이후 코코본드 신규 발행은 손에 꼽을 정도로 얼어 붙어버렸다. 도이체방크는 코코본드 발행없이도 자본 확충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미 발행된 코코본드는 수년 안으로 되사들인다는 계획이다.
유럽 대형은행의 고위 임원들은 코코본드의 복잡한 규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에 지난달 SSM은 코코본드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관련 규제를 보다 명확히 해줄 것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