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집권당으로서 정책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정부에 숟가락만 얹는 행태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정책을 만들어 놓으면 ‘당정협의’라는 명목으로 마치 당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한양 성과를 가로채기 일쑤다.
27일 당정협의 직후 일자리 대책의 일환으로 나온 ‘청년·여성 취업연계 강화 방안’만 해도 그렇다. 이 방안은 중소기업에서 인턴을 하다 정규직으로 취업한 청년(만 15∼34세) 근로자가 2년간 한곳에서 일하며 300만 원을 저축하면 정부가 최대 900만 원까지 지원해주는 내용이다. 또 출산 이후에만 쓸 수 있었던 육아휴직을 임신 중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대기업에 주던 육아휴직 지원금은 폐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실효성에 대해선 설왕설래가 있지만, 일자리 문제가 최대 화두인 상황에서 여론의 반응은 다소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새누리당이 아닌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가 협동으로 만들었다. 정부는 당정협의가 있던 전날 이미 출입 기자들에 ‘27일 오전 10시’로 엠바고를 걸어 자료를 뿌린 상태였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27일 아침 일찍 당정협의를 끝내고 오전 9시가 조금 넘어 내용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새누리당의 이런 성과 가로채기는 처음이 아니다. 당정협의 결과로 발표되는 정책 대부분이 사실은 정부에서 만든 것들이다.
작년 5월 당정협의에서 제4 이동통신 사업자를 출범하고 2만 원대 음성무제한 요금제 등 대대적으로 발표했던 통신비 인하 대책도 정부와 이동통신사 간 이미 논의를 마친 가운데 새누리당이 숟가락을 얹은 사례다. 심지어 이 통신비 대책은 이미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추진해왔던 것을 뒤늦게 정부가 베낀 것이다.
같은 해 12월 전기요금 연체료를 현행 2.5%에서 1.5%로 인하한다는 당정협의 결과도 정부 마련한 방침이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부의 불만도 작지 않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당정이 정책과 성과를 공유하는 것은 맞지만, 당의 일방적인 발표로 정부 자료의 엠바고가 깨지고 일이 꼬인 적이 여러 번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집권당으로서 새누리당의 정책개발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당직자는 “원내대표 선거 때 후보들이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 후보를 고르면서 표 확장성만 고려하다보니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이라며 “정무적 판단이 밝은 경제 전문가가 정책위의장이 되어 진두지휘해야 좋은 정책이 팍팍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