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도에서 만난 사람] 김하늘, 일본 필드에 그린 하늘② “구마모토 지진, 지금 생각해도 ‘아찔’”

입력 2016-05-17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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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뛰는 김하늘(28)이 지난달 14일 밤 구마모토 지진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오상민 기자 golf5@)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뛰는 김하늘(28)이 지난달 14일 밤 구마모토 지진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오상민 기자 golf5@)

평온한 밤이었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2년차 김하늘(28ㆍ하이트진로)은 맏언니 강수연(40), 절친한 동생 배희경(24)과 한 방에 모여 수다를 떨고 있었다. KKT배 반테린 레이디스를 하루 앞둔 지난달 14일 밤의 일이다.

“오후 9시 26분이요.” 김하늘은 구마모토 지진이 일어난 시간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잠을 자려고 하는 상황이었어요. 시계를 보고 누웠는데 ‘꽝’ 하는 소리가 나더라고요. 그리고는 엄청난 진동이 시작됐죠.” 말로만 듣던 지진을 처음으로 겪었다. 순간 당황한 김하늘은 너무 무서워 눈물도 나지 않았다고 했다.

“매니저는 도쿄로 가고 없었고, 전화도 안 되더라고요.” 그때 강수연으로부터 보이스톡(무료 전화)이 걸려왔다. 지갑과 여권만 챙겨서 빨리 주차장으로 나오라는 것이다. 그렇게 차 안으로 몸을 피한 김하늘은 뜬눈으로 잠을 지새웠다. “강진이 멈춘 뒤에도 아침까지 여진이 이어졌어요. 다음날 아침 협회에서 대기하라는 연락이 있었고, 곧바로 대회 취소를 알려왔다.

사실 지진이 있기 전날 밤 강수연, 배희경과 함께 지진 이야기를 했단다. “(강)수연 언니가 먼저 ‘큰 지진이 올 때가 됐다’고 하는 거예요. 농담으로 받아들였지만 ‘진짜 지진이 일어나면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더라고요.” 우려는 현실이 됐다. 김하늘은 곧바로 귀국해 한국에서 휴식을 취했지만 지금도 지진에 대한 공포심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JLPGA 투어 2년차 김하늘은 그렇게 거친 항해를 이어가며 일본 필드에 ‘하늘 그림’을 완성해가고 있었다.

올 시즌 김하늘에게 있어 큰 변화 중 하나가 캐디다. 데뷔 첫했던 지난해는 불편한 의사소통을 이유로 한국인 캐디와 플레이했다. 그러나 올해는 투어 적응에 초점을 맞춰 일본인 캐디 고타니 겐다(31)와 플레이를 시작했다.

“(일본인 캐디가) 코스를 잘 알기 때문에 유리한 점이 많죠. 플레이하면서 간단한 대화를 나누는데 일본어 공부도 되고 일석이조에요.”

주로 어떤 대회를 하냐고 묻자, “깊은 대화는 못해요(웃음). 상대방이 말하는 건 대부분 알아듣는데 아직 의사 전달이 자유롭지 않아요”라고 답했다.

이어 김하늘은 “(고타니가) 한국에 관심이 많아요. ‘얼마 전에 한국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데 진짜 그러냐’고 묻거나 한국 관련 이야기를 많이 해요”라고 덧붙였다.

김하늘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8년간 뛰다 JLPGA 투어에 데뷔했다. 그 전까지는 해외 투어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생각을 뒤집었다.

“저 혼자만 정체된 느낌이 들었어요. (해외 투어 도전을 놓고) ‘못하면 어떻게 하나’ 두려움이 있었죠. 스스로 (해외 진출을) 회피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나중을 위해서라도 해외 경험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도전했어요.”

그는 일본의 베테랑 오야마 시호(39)를 존경한단다. “항상 표정이 밝고 플레이도 자신 있게 하는 모습이 좋아요. 마흔이 다된 나이에도 전성기 같은 기량을 유지하고 있잖아요.”

어떤 면에선 김하늘과 닮은 점이 많다. 하지만 그의 롤모델은 아니었다. “전성기에 은퇴하고 싶어요. 로레나 오초아(엑시코)가 그랬잖아요. 은퇴하기 전에도 오초아를 좋아했는데 그렇게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더 좋아하게 됐어요. 저도 모두가 박수 칠 때 떠나고 싶어요.”

그의 말에는 미래에 대한 구상이 어느 정도 완성돼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앞으로 4~5년쯤 될 것 같아요. 한국 시드도 올해로 마지막이고 일본에서 은퇴할 생각입니다. 상금왕엔 욕심이 전혀 없고요. ‘한국에 그런 선수가 있었지’라며 저를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가 진지하게 말을 이어갔다. “의상에 관심이 많아요. 영어 공부 겸 미국으로 건너가 의상 공부를 하고 싶어요. 구체적인 계획은 공부를 하면서 생각할까 해요.” 그의 ‘하늘 그림’이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한편 김하늘은 20일부터 사흘간 일본 아이치현의 주쿄골프클럽 이시노코스(파72ㆍ6431야드)에서 열리는 주쿄TVㆍ브리지스톤 레이디스오픈(총상금 7000만엔ㆍ약 7억원)에 출전, 다시 한 번 시즌 2승에 도전한다. 이후 한국에 귀국해 KLPGA 투어 E1 채리티 오픈(총상금 6억원)에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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