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이 25일(현지시간) 기준환율 고시를 통해 미국 달러화당 위안화 가치를 지난 2011년 3월 이후 5년여 만에 최저치인 6.5693위안으로 낮췄다.
그러나 위안화 약세의 진원지가 미국이고 헤지펀드 매도세가 약화됐으며 중국 정부가 위안화 안정을 중시할 것으로 시장이 인식하는 등 세 가지 요인으로 시장이 ‘패닉’ 장세를 피했다고 이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분석했다.
지난해 여름과 올해 초 인민은행이 위안화를 대폭 평가절하할 때마다 증시가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이날 중국증시 상하이종합지수는 소폭 하락에 그쳤고 홍콩증시는 2.7% 급등하는 등 시장은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과거에는 중국 경기둔화 우려가 위안화 약세를 초래했지만 이번에는 달러화 자체가 강세를 보인 것이 차이점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지난달 미국 신규주택 매매 건수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지표 호조에 전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ICE달러인덱스는 0.4% 상승했다. 이는 인민은행의 이날 위안화 절하폭이 0.3%와 비슷한 수준이다.
즉 인민은행의 환율 정책이 위안화 약세 유도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것은 성급한 결론이며 5년여 만에 최저치라는 것이 깊은 의미를 지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두 번째는 위안화 약세에 베팅했던 헤지펀드 세력의 약화다. 미즈호뱅크의 자볜멍 중국외환자금 담당 부부장은 “해외 투기세력들이 춘제(설날) 전 중국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으로 타격을 받고 나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인민은행이 달러화를 매도해 위안화 가치를 방어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중국의 외환보유액 상황도 2월 말 이후 빠르게 안정을 찾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마지막으로 중국 정부가 자본유출 등을 우려해 위안화 안정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이유로 꼽혔다. 전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지도부가 환율 개혁에 대한 흥미를 잃었으며 위안화 안정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개혁이 후퇴하는 것이지만 위안화가 추락하면 당국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위안화 가치 변동에 다시 중국증시가 추락할 위험은 있다고 신문은 경고했다. 좀비기업과 부실채권 등 중국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가 여전히 크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