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국회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의 이 같은 판단이 삼성물산의 인위적인 주가 낮추기는 없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로 쓰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서울고법은 두 회사의 합병 과정에서 주가 산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삼성물산이 재항고를 결정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2일 금융위 관계자는 “작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시 주가 산정 기간이 1개월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너무 짧다는 지적이 나왔다”며 “금감원과 함께 두 회사의 주가 산정 기간을 1년까지 늘린 시뮬레이션 결과를 19대 국회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당시 합병 비율은 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로 정해졌는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합병 비율을 정할 때 두 기업의 1개월간 주가를 반영하도록 했다.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가 산정 시 1개월은 너무 짧아 인위적인 주가 조작이 개입할 수 있다고 지적하자, 금융위가 금감원과 함께 15개 종목을 임의로 뽑아 주가를 결정하는 기간을 3개월, 6개월로 늘리며 기간별로 합병 비율을 산정하는 실험을 한 것이다.
그 결과 주가 계산 기간이 길어지든 짧아지든 어느 한쪽이 항상 유리한 경우는 없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금융당국의 이 같은 판단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주가 산정 관련 법적 다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일성신약과 일부 소액주주들은 “삼성물산 측이 합병시 제시한 주식 매수가가 너무 낮다”며 가격변경 신청을 법원에 제기했다. 서울고법은 1심을 뒤집고 합병 의결 당시 삼성물산이 수주 공시를 미루는 등의 방법으로 주가를 낮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삼성물산이 재항고를 결정하면서 최종 판단은 대법원으로 넘어가게 됐다. 주식매수청구권 산정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 고법과 달리 대법원에서는 합병 비율의 ‘산정 기간’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금융당국의 시뮬레이션 결과는 주가 산정 기간에 방점을 둔 것으로, 인위적인 주가 조작은 없었다는 삼성물산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