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14일(현지시간) 개막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게임 박람회 ‘E3’의 올해 화두는 ‘팬 서비스’가 될 전망이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등을 통해 게임을 홍보할 기회가 많아지다 보니 게임기업 입장에선 굳이 E3 같은 이벤트에 참여할 필요성이 낮아지고 있다. 이에 행사 주최 측은 참가자 유치를 위해 온라인 게임 마니아들을 대상으로 한 라이브 이벤트를 중심으로 게임 업계 유명인과의 만남까지 준비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매년 E3에서는 수백 개의 기업들이 신작 게임을 소개하는 화려한 부스를 마련한다. 그러나 올해에는 이슈를 몰고올 만한 새로운 하드웨어는 기대할 수 없다고 WSJ는 전했다. 소니는 지난 10일, 가상 현실(VR)과 4K 그래픽에 대응하는 신형 플레이스테이션(PS)4를 선보였다. 닌텐도는 차세대 게임기 ‘NX(개발 코드명)’에 대해 말하지 않고 대신에 ‘젤다의 전설’ 최신작에 초점을 맞췄다. 그나마 화제가 될만한 게 마이크로소프트(MS)의 신형 ‘Xbox One(엑스박스 원)’ 정도다.
E3 주최 측은 그래도 박람회에 참여하는 4만5000명의 업계 관계자들과 일반 소비자들의 분위기를 북돋워 주기 위해 특별한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고 WSJ는 소개했다. 미국 게임산업협회에서 E3를 주최하는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협회(ESA)는 2만 명의 팬을 위한 사이드 이벤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특히 수년 동안 E3를 온라인으로 추종해온 팬과 소비자, E3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 초점을 맞췄다. 이 이벤트에 참여한 플레이어는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은 게임을 접할 수 있고, 파티 같은 분위기 속에서 개발자나 게임 업계의 유명 인사들과 만나 대화할 수 있다.
WSJ는 주최 측이 이러한 사이드 이벤트를 준비한 건 소매 매장에서의 판매와 마찬가지로 플레이어 자체를 중시하고 있는 게임 기업에 있어서 E3의 위상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일례로 2대 게임 소프트 회사인 일렉트로닉 아츠(EA)와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이번 E3에 출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개별 상담을 받거나 소니의 부스에서 게임을 시연하는 게 고작이다. EA는 행사장 밖에서 독자적으로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양사 모두 인기있는 슈팅 게임의 데모 버전 공개를 E3까지 기다리지 않고,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에서 최근 공개했다.
E3의 문을 게임 팬들에게 개방하는 것은 라이브 스트리밍 비디오 및 기타 소셜 기술을 잘 다루는 일반 소비자들의 마케팅 능력의 향상을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다. 박람회 참가자가 앞으로 공개될 게임의 데모 버전을 접하고 정보를 퍼트려주면 업체에는 무료 홍보가 된다.
ESA의 커뮤니케이션 담당 수석 부사장 리치 테일러 씨는 “새로운 게임을 처음 플레이하는 것이 그들이며, 그들은 그 게임에 대해 친구와 소셜 미디어의 동료를 늘려준다”고 설명했다.
게임의 데모 버전을 다운로드하거나 소프트웨어를 구입하거나 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다운로드를 이용하는 사람의 비율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게임업계 시장조사회사 슈퍼데이터리서치에 따르면 미국에서 작년에 PC 및 게임기용 소프트웨어가 온라인을 통해 다운로드된 건수는 2014년 대비 13% 증가한 8640만 건에 달했다.
게임업계 시장조사회사 EEDAR의 애널리스트 패트릭 워커는 “퍼블리셔는 소매업자에게 파는 이상을 달성할 수 있는 이벤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