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자동차와 이륜차 사이의 무엇

입력 2016-06-1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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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필 정치경제부 기자

오른쪽 아니면 왼쪽. 내 편 아니면 네 편. 중도를 인정하지 않는 흑백 논리는 여전히 우리 사회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이로 인한 폐해는 곳곳에서 일어난다. 스마트 모빌리티 또는 퍼스널 모빌리티로 불리는 신개념 이동수단 역시 그중 하나다.

자동차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개념 자체에 대한 변화의 물결은 이미 수년 전부터 감지됐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앞다퉈 1~2인승 초소형 전기자동차 모델을 잇달아 선보였다. 에너지 효율과 환경적인 측면에서 이는 시대의 요구로 대두된 일이다.

이 같은 흐름이 비단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선진 시장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도 중소기업들이 시대의 변화를 감지하고 일찌감치 경쟁력 있는 제품 생산에 열을 올렸다. 이들은 노인이나 환자가 타는 전동카트, 골프장에서 이동할 때 쓰는 골프카트를 발전시켜 세계 시장에서 통할 만한 저속전기차를 개발했다.

중소업체들의 수출 활로를 막은 것은 다름 아닌 우리 정부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저속전기차 규제를 통해 사실상 도로에서 다닐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자국이 테스트베드 역할을 마다하니 영세기업들은 줄줄이 문을 닫았고, 시장의 패권은 정부가 신산업을 장려하는 선진국들로 이양됐다. 그리고 이제 우리 정부는 바이오 헬스케어 등 신산업 육성을 외치는 중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당시 저속전기차 시장을 정부가 가로막지 않았더라면, 바로 그 바이오 헬스케어를 비롯한 신산업 분야에서 막대한 수출액을 올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 달부터 해당 규제가 풀려 초소형 전기차가 국내 도로를 다닐 수 있게 됐다. 신기술이 적용된 새로운 유형의 자동차 중 국토교통부 장관이 인정하는 것은 해외 기준을 적용해 운행을 허용한 것이다.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부가 스스로 걸림돌을 치운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도입 기준은 아직도 미비하다. 국토부는 이를 두고 고심 중이다. ‘자동차냐, 이륜차냐’ 하는 이분법적 시각에서 벗어난다면 중간 단계의 유형을 세분화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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