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명과학의 당뇨 신약 ‘제미글로’가 새로운 판매 파트너 대웅제약의 영업력에 힘입어 국산신약 매출 1위에 오를 태세다. 국내 제약사간 협업을 통해 국산신약의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새로운 사례를 제시했다는 분석이다.
17일 의약품 조사 업체 유비스트의 원외 처방실적 자료 따르면, LG생명과학의 ‘제미글로’와 ‘제미메트’는 지난달 4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동월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누적 처방실적은 19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1.3% 늘었다.
제미글로와 같은 DPP-4 억제제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당뇨치료제다. 국내에서도 MSD의 ‘자누비아’와 ‘자누메트’, 베링거인겔하임의 ‘트라젠타’와 ‘트라젠타듀오’, 노바티스의 ‘가브스’와 ‘가브스메트’ 등 DPP-4 억제계열 당뇨약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대웅제약 영업력의 가세가 제미글로 급성장의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대웅제약은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동안 첫 DPP-4 억제제 ‘자누비아’를 판매해왔다. 대웅제약은 자누비아를 연 매출 1000억원대 제품으로 육성했지만 지난해 말 MSD와의 계약 종료 이후 판권은 종근당으로 넘어갔다.
대웅제약은 자누비아의 매출 공백 만회를 위해 LG생명과학의 ‘제미글로’에 러브콜을 보냈다. LG생명과학은 다국적제약사 사노피와 공동으로 제미글로를 판매했지만 사노피와의 제휴 관계를 청산하고 대웅제약과 손잡았다.
LG생명과학과 대웅제약은 협업은 빠른 속도로 시너지를 내기 시작했다. 양사가 공동판매를 시작한 지난 1월 제미글로는 발매 이후 처음으로 월 매출 30억원을 돌파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제미글로의 매출이 5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LG생명과학은 창립 이후 자체개발 제품이 연 매출 500억원을 돌파한 적은 한 번도 없다.
LG생명과학 관계자는 “제미글로의 우수한 제품력이 인정받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대웅제약의 영업력이 가세해 매출이 급증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LG생명과학의 영업사원은 150여명에 불과하지만 대웅제약은 500명에 육박하는 영업사원들을 보유하고 있다. 대웅제약이 8년 동안 유사 약물을 판매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제미글로 영업에도 그대로 적용하면서 제미글로의 매출 상승세에 탄력이 붙은 셈이다.
LG생명과학과 대웅제약의 공동판매는 ‘다국적제약사-국내제약사’ 합종연횡이 대세인 상황에서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에 발매된 DPP-4 억제제 7개 제품 중 제미글로를 제외하고 모두 다국적제약사가 개발했고 국내업체가 판매에 가담했다.
지금까지 국내업체들이 공동으로 국산신약을 판매하는 사례는 일양약품·대웅제약의 ‘슈펙트’ 판매 이후 제미글로가 두 번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에는 다국적제약사의 신약 영업에 국내업체가 가세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었지만 제미글로 사례는 제품 경쟁력만 있으면 국내사간 협업으로 시장에서 다국적제약사의 신약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교훈을 제시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