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장에서 테마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룹을 형성해 유사한 주가 흐름을 보이는 테마종목은 코스닥시장의 특징 가운데 하나이며, 지난 20년간 코스닥시장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실적 등 기업가치가 바로미터가 돼야 할 주식시장에서 수급 논리가 우위를 보이는 테마주가 들썩이며 건전한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 것도 사실이다.
이 가운데 1세대 테마주로 불리는 IT 및 인터넷 관련 종목들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미국 IT산업 중흥과 함께 1999년부터 2000년 말까지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한때 최고의 테마주로 인기를 누렸다. ‘닷컴’ ‘테크’ 등 당시 코스닥시장을 강타한 영어사명 열풍이 이를 잘 보여준다.
대표적인 종목은 바로 지난 1999년 8월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새롬기술(현 솔본). 인터넷전화를 주무기로 코스닥시장에 안착한 새롬기술은 주가가 6개월 만에 150배 이상 뛰면서 수많은 투자자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하지만 새롬기술 등 IT 및 인터넷 테마는 미국 IT산업이 쇠퇴하면서 함께 쇠락의 길로 접어든다. 이는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지며, 향후 3∼4년간 코스닥시장은 암흑기를 맞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당시 IT와 인터넷 테마주들이 열풍을 몰고 온 것은 묻지마 투자 영향이 컸다”며 “관련 테마주들의 부실이 드러나면서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떠났고, 코스닥시장은 한동안 극심한 침체기를 맞았다”고 설명했다.
정치테마주 역시 코스닥시장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다. 본격적으로 정치테마주가 형성된 것은 인터넷이 널리 보급된 16대 대선이다. 대표적으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충청권 수도이전 계획’을 공약으로 계룡건설ㆍ대아건설ㆍ한라공조ㆍ영보화학 등 충청권에 연고를 둔 기업이 크게 주목받았다.
2007년 17대 대선은 정치테마주의 스케일을 키웠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운하 공약에 중소 건설사들이 급등했던 이른바 ‘대운하 관련주’다. 삼호개발ㆍ이화공영ㆍ동신건설이 수중공사 면허가 있다는 이유로 급등했다. 철제 거푸집을 생산한다는 이유로 삼목정공이, 낙동강과 한강을 연결하려면 소백산맥을 터널로 뚫어야 한다는 논리로 북악터널 공사를 했던 울트라건설이 각각 테마주에 합류해 10배 이상 올랐다.
이후 선거철만 되면 정치테마주가 난무하는 현상은 코스닥 시장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됐다. 특히 18대 대선과 19대 총선이 모두 치러진 2012년에는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당시 후보들을 중심으로 테마주의 기승이 극심해진 시기였다. 지난 4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정치 테마주는 기승을 부렸다. 내년 대선까지 이러한 정치테마주 열풍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테마주의 문제점은 근거가 대부분 희박하다는 점이다. 회사의 사업과는 무관하게 회사 관계자가 유력 정치인의 먼 친인척, 고향 선후배, 같은 학교 동문이라는 이유만으로 수혜를 예상하는 식이다. 이렇다 보니 주가조작 범죄 세력에 의해 악용되는 경우도 많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8대 대선 정치인 테마주 147개 종목을 분석해 봤더니 전체의 3분의 1인 49개가 시세차익을 노린 이른바 ‘작전세력’이 개입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