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별노조 소속 근로자들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성과급을 차등 지급한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1부(재판장 김용철 부장판사)는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옛 발레오만도)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회사에는 2014년 전국금속노동조합 발레오만도지회(산별노조) 등 4개 노조가 있었는데, 교섭창구 단일화를 거치면서 2012년 설립된 발레오경주노동조합(기업노조)이 회사와 교섭하는 대표노조가 됐다. 이후 성과급 산정방식이 달라졌다. 상여금을 연 700% 분할 지급하던 것에서 연 200%는 고정으로, 연 500%는 근로자에 대한 성과평가 결과에 따라 다르게 지급하기로 했다.
2013년 3월~2014년 7월 발레오만도지회에 가입한 조합원 김모 씨 등 98명은 자신들의 소속 노조가 바뀐 후 회사가 정하는 성과평가 등급이 1~3단계 하락했고, 이로 인해 성과급을 적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구제재심판정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회사 측은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김 씨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회사가 교섭대표노조와 우호적인 관계에 있고, 적대적 관계에 있는 발레오만도지회 조합원들을 해당 노조에서 탈퇴하게 하려고 일부러 평가등급을 낮게 부여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발레오만도지회 소속 근로자들과 그 밖의 근로자들은 생산직 근로자로서 동일한 평가기준에 따라 성과평가를 받게 돼있고, 두 집단 소속 노조 외에 달리 두 집단 사이의 업무 성과에 영향을 미칠만한 이질적인 징표를 찾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전년도와 비교했을 때) 동일한 근로자들에 대해 성과평가 정도가 급격히 변화된 것은 상여금 지급체계의 변화를 통한 금전적 불이익을 줄 목적 이외에는 달리 설명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노조 와해 목적으로 설립된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개입 사실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회사와 창조컨설팅 사이의 계약 내용이나 창조컨설팅이 작성한 문서들의 내용이 발레오만도지회의 무력화 또는 기업별 노조로의 조직형태 변경을 목표로 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교섭대표노조 설립이 당초 이 사건 지회의 조직형태를 기업별 노조로 변경하는 결의를 발단으로 이뤄졌으며, 그 과정에서 지회 소속 조합원 수가 해고 또는 탈퇴 등을 이유로 급격히 감소했다"고 언급했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 2월 발레오만도지회장과 조합원 등 4명이 발레오전장노조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산별노조 지부·지회가 독립성이 인정된다면 스스로 기업노조로 전환할 수 있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