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대형 제약사인 머크와 앨러간이 미국 유망 생명공학기업 바이오젠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2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머크와 앨러간은 각각 바이오젠 인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다만 인수 타진 논의가 워낙 초기 단계인데다 바이오젠이 회사 매각을 고려하고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아 최종 인수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여기에 머크와 앨러간 외에 다른 대형 제약사가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매사추세츠 주 캠브리지에 본사를 둔 바이오젠은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의 선두주자로 손꼽힌다. 특히 바이오젠이 개발한 경구용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인‘텍피데라(Tecfidera)’는 2013년 당국의 승인 받은 이래 최고의 신약 중 하나로 손꼽힌다. 바이오젠의 시가총액은 이날 마감가 기준으로 680억 달러에 이른다. 바이오젠은 지난해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108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바이오젠 주가는 지난해 초 500달러 최고치를 찍은 이후 330달러대로 주저앉았다. 회사 성장 전망에 대한 우려가 커진 영향이었다. 로슈와 같은 경쟁업체들도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를 개발하면서 텍피데라의 판매 성장세가 둔화됐다. 바이오젠은 현재 알츠하이머 치료제에 막대한 연구비를 투입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이에 대한 월가의 우려는 고조되고 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경우 많은 제약사가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이렇다 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한 분야이기 때문.
하지만 WSJ는 머크와 앨러간의 인수 여부를 떠나 바이오젠의 인수설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대형 제약사들이 새 성장에 대한 동력에 대한 갈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제약사들의 규모가 커지면서 블록버스터급 신약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하는 것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확보하기엔 부족해졌다고 진단했다. 특히 가격 책정에 대한 압력이 커지면서 예전같이 높은 가격을 책정해 마진율을 높이기도 쉽지 않아졌다.
이번 바이오젠 매각설이 나오면서 주식시장에서 생명공학주는 들썩였다. 침체된 제약업계 M&A가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영향이었다. 미국 CNBC에 따르면 당상 바이오젠은 이날 9% 넘게 급등 마감했고 아이셰어 나스닥 바이오테크 ETF(상장지수펀드)는 이날 지난 1월 중반 이후 사상최고치인 299달러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바이오젠을 비롯해 생명공학 기업들의 M&A 논의가 진행된다면 관련주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딜로직에 따르면 올 들어 발표된 생명공학 부문의 M&A 거래가치는 1850억 달러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