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9개월 만에 2040선 돌파 = 지난 9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대비 12.66포인트(0.62%) 상승한 2043.78에 마감했다. 전날 전일대비 13.18포인트(0.65%) 오른 2031.12를 기록하며 2030대에 안착한 코스피는 이틀 연속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며 이날 2040선을 돌파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2040선을 넘은 것은 지난해 11월 6일(2041.07) 이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아진 점 등이 호재로 작용하며 외국인의 매수세가 강해졌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에서 2093억 원을 순매수했다. 특히 외국인은 지난 7월 이후 코스피에서 4조8500억 원대 누적 순매수를 기록하며 코스피 상승을 이끌고 있다. 지난 8일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스앤프어스(S&P)는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상향 조정했다. 한국보다 신용등급이 높은 나라는 독일,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 홍콩, 미국 등 단 6개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의 실적이 호조세를 보이고 원화 강세로 외국인이 환차익을 볼 수 있는 단계로 접어든 상황에서 국가 신용등급이 상향 된 것이 우리 증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에 긍정적 신호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산유량 동결 기대감으로 국제유가가 반등하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한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 인상 지연과 영국 영란은행(BOE)의 통화완화 발표 등으로 글로벌 유동성도 풍부한 상황이다. 국내 증시에 우호적인 단기 ‘골디락스’국면에 진입한 것이다.
오태동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는 통화 부양 정책과 실적 턴어라운드가 오버랩 되는 시점으로 주식시장이 상승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라며 “리플레이션(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심한 인플레이션까지 이르지 않은 상태) 낙수 효과로 아시아 신흥국 자산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며 3분기 글로벌 주식시장은 위험자산의 수익률 게임이 지속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예상했다.
◇코스피 '박스피' 뚫을까 = 이같이 국내 주식시장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됨에 따라 이번에는 코스피가 ‘박스피’를 탈출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증시 전문가들은 실적개선과 밸류에이션 매력을 갖춘 코스피가 글로벌 유동성 수혜에 힘입어 박스피를 탈출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분기 기업 실적 개선과 10월 이전에 대외적 큰 변수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음 달 중순까지 지수의 추가 상승이 가능한 것으로 본다”며 “올해 하반기 고점은 2120선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글로벌 경제 불안감 완화에 따른 지속적인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지수는 다음 달 초까지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일차적으로는 2120선까지 상승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이 오는 26일로 예정된 잭슨홀 콘퍼런스에서 금리인상을 신중히 하겠다는 뜻을 재차 드러낸다면 코스피는 2200선 돌파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향후 기관의 차익 실현 매물과 글로벌 정치 이벤트 등의 영향으로 코스피의 박스피 탈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동휴 신영증권 연구원은 “주요 상승 요인이 대부분 이미 반영된 상태”‘라며 “미국 경기 호조에 따른 금리 인상 논의 재개 우려, 이탈리아 총선과 미국 대선을 앞두고 나타날 수 있는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관망 심리 확산은 향후 증시의 조정 요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