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업체 밀란이 알레르기 치료제 ‘에피펜’ 가격을 9년간 6배 인상한 것에 대한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밀란의 약값 인상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24일(현지시간) 회사 주가가 급락한 것은 물론 헬스케어 관련주까지 동반 하락했다.
밀란 주가는 이날 5.4% 급락했으며 S&P500헬스케어업종지수는 1.6% 하락했다. 뉴욕증시도 헬스케어업종 부진에 약세를 보였다. 정치권의 압력에 제약사의 매출과 수익성이 약화할 것이라는 불안이 커진 영향이다.
전날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이 밀란의 약값 인상 행태에 포문을 열었다. 밀란이 지난 2007년 에피펜 독점공급권을 얻은 이후 주사제 2개들이 한 상자에 약 100달러였던 가격이 현재 600달러(약 67만 원)로 올랐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한 상자의 원가가 2달러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클린턴은 이날 성명에서 “이는 정말 터무니없는 짓이며 기업이 소비자로부터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최신 사례”라며 “제약업체가 환자보다 이익을 앞세우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이는 정당화할 수 없다. 밀란은 즉각 약값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개별 기업의 결정을 논평할 없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제약업체는 종종 생명을 구하는 약의 개발자로 자신들을 묘사하지만 탐욕스럽게 약값을 올려 스스로 평판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넌지시 비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약값 논란의 한복판에 있는 헤더 브레시 밀란 최고경영자(CEO)는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인 조 맨친의 딸이어서 정치권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클린턴이 강하게 비판한 약값 인상의 주범이 정작 같은 당 의원의 가족이기 때문. 또 밀란은 의회 로비를 통해 에피펜을 전국 학교에 비치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전력도 있기 때문에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브레시는 지난 2012년 CEO에 올랐으며 이전에 여러 고위 직책을 거쳤는데 그 중에는 대관 부문 대표도 있다. 미국 NBC방송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브레시의 연봉이 약 245만 달러에서 1893만 달러로 무려 671% 뛰었다고 꼬집었다.
밀란의 사례는 지난해 항생제 ‘다라프림’ 소유권을 인수하고 나서 약값을 55배나 올려 사회적 파문을 불러일으킨 튜링제약과 비슷하다. 당시에도 클린턴이 비판 여론을 주도해 튜링제약이 결국 약값을 낮췄다. 그러나 에피펜은 음식 알레르기나 벌에 쏘였을 때 널리 사용되는 약이어서 더 큰 이슈가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