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칼럼] 청년과 장년의 ‘공동 창업’

입력 2016-09-05 10:44 수정 2016-09-0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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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대한민국의 최대 현안은 일자리다. 정치권은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하여 노심초사하고 있으나, 사태는 날로 악화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지금 일자리 부족이 아니라 사람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데, 왜 한국만은 일자리가 부족한가.

그 이유는 ‘일자리는 만들어 주는 것’이라는 잘못된 개념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국가 예산을 아껴 청년 고용을 늘리고 대기업 총수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는 등의 잘못된 신호가 사회 전체의 혁신성을 저해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일자리는 혁신의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다. 국가가 일자리를 만들어 준 그리스는 결국 국가 부도로 가지 않았는가. 기업이 경쟁력이 강화되면 사람을 뽑고, 경쟁력에 도움이 안 되면 사람을 줄이도록 하는 것이 노동의 유연성이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분명한 것은 노동의 유연성이 있는 국가에 일자리가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한국의 일자리 문제는 국가 혁신 역량이 부족한 탓이다. 선도 국가들은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로 일자리를 만든다. 그런데 혁신은 항상 실패를 내포하고 있다. 남들을 따라잡는 ‘추격자 전략’으로 성공한 대한민국은 실패가 없는 효율을 숭상해왔다. 대한민국은 실패를 응징한 결과 혁신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사회 혁신을 주도할 기업가들은 한 번 실패하면 영원히 ‘신용불량의 주홍글씨’를 이마에 달고 숨어 살아야 했다. 청년들이 벤처 창업보다 공무원 시험에 몰리는 것은 이와 같은 반혁신적 사회제도 때문이다. 선도 국가 부상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혁신의 안전망’ 구축인 이유다. 그나마 창조경제연구회(KCERN)의 활동으로 창업자 연대보증 해소, 공인인증서 강제 폐지, 크라우드펀딩, 코스닥 활성화, 기업가정신 교육 등 혁신의 안전망 일부가 개선되는 중이나, 갈 길은 아직도 멀다.

일자리에 관한 전 세계의 공통적인 결론은 다음과 같다. 일자리는 혁신에서 만들어지고, 특히 기업가적 창업이 혁신과 일자리를 주도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청년과 장년의 일자리는 그들의 기업가적 창업 활동을 통해 만들어진다. 도전적인 청년들이 창업해 다른 청년들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전 세계적 현상이다. 대기업과 정부는 일자리를 만들지 못한다. 자영업은 국가 차원의 손실이 더 큰 실정이다. 기업가적 창업이 나라와 개인을 구하는 유일한 대안이다.

그런데 어떻게 창업을 할 것인가. 창업은 시장과 기술의 차별화라고 정의할 수 있다. 즉 다른 사람들이 할 수 없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남들을 따라가는 ‘추격경제’에서는 따라하는 창업도 허용되었으나, 남들을 앞서야 하는 ‘창조경제’에서는 남들과 달라야 한다. 그런데 시장과 기술 양면에서 창업 초기에 차별화를 이루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시장 전문가와 기술 전문가 팀이 창업의 최대 성공 요소라고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같은 나이의 청년들 혹은 장년들만으로는 환상의 팀을 만들기 어렵다. 팀은 다른 역량으로 같은 목표를 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년과 장년 혹은 노년의 창업 팀을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상호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만남의 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 대안이 바로 한국형 크라우드펀딩이다. 이제는 대규모 창업 자금이 요구되지 않는 가벼운 창업(린 스타트업)이 추세다. 가벼운 창업 자금은 크라우드펀딩으로도 조달이 가능하다. 현재의 ‘크라우드펀딩 연간 한도 500만 원’이라는 전 세계 유례없는 규제를 풀어주어야 하는 이유다.

청년 창업에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분산 투자한 장년과 노년이 이들과의 주기적인 만남을 갖고, 마음이 맞을 경우 동업도 가능해진다. 자금 조달과 더불어 서로 다른 역량의 융합이 더 나은 경쟁력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해당 산업 분야의 경험자와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도전자의 만남을 촉진하는 국가 정책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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