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금의 해외부동산 투자가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해외 부동산이 오를 만큼 올랐고, 미국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상투잡기'라는 지적과 함께, 충분히 투자 메리트가 있다는 긍정론과 부정론이 교차하고 있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해외 부동산 유형 공ㆍ사모 해외투자펀드 잔액은 지난달 31일 기준 16조8458억원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해외투자펀드가 처음 설정된 2006년과 비교하면 약 72배가 넘게 증가한 셈이다. 전체의 98% 가량인 16조5605억원은 기관투자가와 법인 등 소위 ‘큰손’을 대상으로 하는 사모펀드 자금이다.
큰손들이 해외 부동산 펀드에 투자하는 것은 2011~2012년 이후 이어진 저금리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해외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한 펀드 설정액은 2013년 말 4조9326억원이었으나 2014년 말 7조3251억원으로 늘었고, 작년 말에는 11조2779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1~8월에만 5조5679억원(49.4%) 급증해 더욱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대표적 투자기관을 살펴보면 이 같은 흐름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국민연금 홈페이지에 공개된 기금운용 세부내역을 보면 국민연금의 해외부동산 투자 규모는 2011년 6조3000억원에서 올해 2분기 현재 17조6000억원으로 증가했다. 법인 가운데는 미래에셋그룹이 해외부동산 투자에 가장 적극적이다. 미래에셋은 2006년 상하이타워 인수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6조5000억원을 해외 부동산에 투자했으며, 올해 들어서만 3조5000억원을 쏟아 부었다.
투자업계에서는 이 같은 해외 부동산 투자규모가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종합기업 CBRE코리아의 임동수 상무는 "해외부동산 투자는 일반적으로 환헤지를 하므로 임차료가 장기간 고정된 경우만 아니라면 향후 예상되는 미국의 금리 인상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서 "북미를 중심으로 한 투자 규모는 당분간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투자자금이 주식ㆍ채권 등 전통자산 일변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투자처로 눈을 돌리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으로 평가된다. 다만 일부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한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미 오를 대로 오른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은 '상투 잡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 같은 대체투자 상품의 투자수익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의 경제지표를 봤을 때 증권사들이 주력하는 지금의 해외, 특히 미국 부동산 투자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홍콩에서도 부동산 거래가 하락세로 돌아선 만큼 해외 부동산 투자는 신중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 김 연구원의 설명이다.
반대로 적극적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에 나서고 있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아직 별다른 위험 신호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채권화할 수 있을 정도로 장기 임차계약이 돼 있는 부동산은 위험도가 극히 낮다는 시각이다. 또 글로벌 위기가 온다고 가정했을 때 오히려 한국보다 미국에 있는 자산이 더 안전할 것이라는 판단도 부동산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오히려 해외 부동산 투자를 늘려야 하는 시기로 판단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 나가보면 ‘차이나 머니’가 엄청나게 몰리고 있다”며 “오히려 좋은 자산을 차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