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과 신용평가사들은 향후 한국 실물경제 성장에 대한 의구심마저 나타내는 등 경고등도 울리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44%(36.1포인트) 하락한 2464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시장에서만 하루 만에 26조 원이 사라졌다. 외국인 투자자가 4000억 원어치 주식을 던진 탓이다. 코스닥 시장도 전 거래일보다 1.98% 하락한 677.15에 마감했다. 삼성전자 주가도 0.93% 떨어졌다.
국가의 위험도를 반영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0.32%포인트 수준에서 3일(미국 동부시간 기준) 한때 0.365%포인트까지 뛰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1410.1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7.2원 올랐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41%포인트(p) 오른 연 2.626%에 장을 마쳤다. 10년물 금리는 연 2.765%로 0.052%p 상승했다.
금융시장을 집어삼킨 것은 ‘정치 리스크’다. 시장 전문가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해제’ 후폭풍으로 국회의 탄핵 요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치적 혼란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셀 코리아’ 중인 외국인들의 추가 이탈 가능성도 커졌다. 외국인은 이날 현물 주식과 선물을 합쳐 7000억 원 이상 팔았다. ‘팔자’세가 짙어진 8월 이후 코스피 순매도 규모는 20조 원으로 불었다.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 정치적 불확실성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피하고 싶어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자금 이탈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물경제 위축 우려도 커지고 있다. 통계청의 ‘10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생산(전월 대비 -0.3%)·소비(-0.4%)·투자 산업활동(-5.8%) 3대 지표가 전월 대비 모두 하락했다. 기업들이 투자 계획 미루고, 서민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불확실성이다. 당장 내년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관세를 앞세운 미국의 자국 이익 중심의 통상 정책이 강화되고 대중국 압박 수위도 높아진다면 한국 기업들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당장 지난 2일 미국의 대중국 수출통제 대상 품목에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포함되면서 반도체 업계가 비상이다. 골드만삭스는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을 끌어올릴 상방 요인은 많지 않은데 하방 위험이 많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강력한 성장을 보였던 수출이 감소하면서 한국은 성장동력을 잃었다”며 “반도체 수퍼 사이클 변동성이 커지면서 위험에 놓였다”고 경고했다.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투자시장과 실물경제 상황을 관리할 컨트롤타워의 역할이 시장에 신뢰를 얻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계 한 관계자는 “정치 위기에 경제 시스템이 작동을 멈추면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경기 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