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낮은 자산운용수익률에서 탈피하기 위해 해외유가증권, 대출채권 등 위험성 투자를 늘리면서 신용위험액이 급등하고 있다. 신용위험액 상승은 요구자본을 늘려 재무건전성을 해친다는 점에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사 상위 6개사 가운데 NH농협생명, ING생명, 미래에셋생명 등 3개사는 신용위험액이 1년새 30% 이상 급등했다.
신용위험액은 거래 상대방의 채무 불이행이나, 신용등급 하락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액수화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은 해외유가증권이나 신용대출 등에는 더 높은 위험계수가 곱해지는 만큼, 신용위험액은 더 증가하게 된다.
ING생명의 신용위험액은 1427억 원(지난해 6월)에서 1975억 원(올해 6월)으로 1년새 38.35% 증가했다. 이는 6개사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미래에셋생명(32.85%), 농협생명(30.57%)이 뒤를 이었다.
상대적으로 대형 3사는 삼성생명(15.2%), 한화생명(9.68%), 교보생명(17.8%)등으로 증가폭이 낮았다.
ING생명 등 3개사의 신용위험액 상당수는 유가증권과 대출채권이 차지했다. ING생명은 총 신용위험액 가운데 유가증권과 대출채권 위험액을 합친 금액이 82%를 차지했다. 농협생명은 92.8%, 미래에셋생명은 94.5%를 차지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차주성격이나 담보여부, 투자기간 등에 따라 신용위험액 정도가 달라진다”며 “일반적으로 이들 보험사들이 국공채규모를 줄이고 위험성있는 회사채나 해외유가증권 투자를 늘리다보니 신용위험액이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용리스크 신뢰수준이 99%로 상향조정된 것도 신용위험액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은 보험사들의 자산 건전성 기준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말까지 신용리스크 신뢰수준을 95%에서 97%로, 올해말까지는 99%로 상향조정하기로 했다.
이는 보험사가 기존 20년에 1번(5%)이 아닌, 100년에 1번(1%) 발생할 심각한 수준의 위험에 대비하라는 의미다. 이로써 보험사들이 기존 보유자산에 더 많은 수준의 위험액을 산정해야 만큼 신용위험액 증가는 불가피했다.
문제는 신용위험액 증가가 결과적으로 보험사의 건전성을 훼손시킨다는 점이다. 신용위험액 상승은 보험사의 제반 위험도를 반영한 요구자본을 증가시켜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ㆍ가용자본/요구자본)을 낮추기 때문이다.
요구자본은 신용위험액을 포함, 보험위험액, 금리위험액, 시장위험액, 운영위험액 등 5가지 수치를 반영해 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