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을 위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 개선 방안’에 담긴 메시지다.
금융위는 자기자본 4조 원 또는 8조 원 이상인 증권사에 새로운 업무를 허용했다. 내년 2분기부터 자기자본 4조~8조 원인 증권사는 1년 만기의 어음을 발행할 수 있게 된다. 외국환 업무도 허용된다. 8조 원인 증권사는 종합투자계좌(IMA)를 운용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비슷하지만 해당 증권사가 원금 지급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현재 은행에만 허용되는 부동산 담보신탁 업무도 허용키로 했다. 자기자본 단계별로 당근을 달리 제시해 궁극적으로 10조 원 이상의 초대형 IB 탄생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초대형 IB에 근접해 있는 3조 원 이상의 증권사들은 해당 인센티브 효과에 의문을 나타낸다. 우선 금융당국은 자금조달, 자본규제 완화, 신규업무 확대 등에서 규제 변화를 예고했다. 그러나 자금조달 측면에서 만기 1년 이내의 어음발행은 현재 대부분 증권사가 전자단기사채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 신용등급이 높은 대형사는 2%대 초반의 채권 발행이 가능하다는 점 등에서 실효성이 크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이보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수익성 측면이다. IMA는 은행의 수신 업무를 증권사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지만 자기자본 8조 원 이상이라는 허들이 존재한다. 박혜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증권사 입장에선 4조~8조 원대에 주어진 인센티브가 증자와 인수합병(M&A)을 통해 희석된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감수할 만큼 매력적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결국 기존 규제들이 대폭 완화되지 않는 정책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증권업에 대해 투기적인 시각을 갖고 여전히 엄격한 규제를 하고 있다”며 “단순히 덩치를 키우기보다는 새로운 금융상품 개발, 모험자본 공급 등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엄격한 건전성 규제 등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데 좀 더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정책은 2013년 금융위가 내놓은 일명 한국형 IB 육성 정책의 확장판이다. 당시 금융위는 자기자본 3조 원 이상 증권사 5개를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해 신용공여를 허용했다. 그러나 제도 도입 후에도 증권업계는 과거를 답습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 순영업수익에서 위탁매매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56.7%에 달했다. 전통적인 투자은행 부문인 인수주선, M&A 자문 등은 각각 7.9%, 0.4%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