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과 통계청이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를 무시하고 물가를 엉터리로 계산해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 물가와 체감 물가의 차이도 이런 계산착오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이 14일 국회 예산정책처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물가조사 품목은 총 1359개다.
구체적으로 생산자 물가조사 품목 878개와 소비자 물가조사 품목 481개로 구분되며, 계절마다 가격이 달라지는 계절품목은 생산자 계절품목 13개와 소비자 계절품목 40개다.
그러나 한은과 통계청은 그동안 저렴한 제철과일 가격을 일 년 내내 동일가격으로 계산해 물가를 산정해 왔다. 심 의원은 “IMF는 ‘제철과일 가격이 연중 내내 존재하는 것처럼 산정하는 방식이 문제가 있으며, 다른 산정방식을 채택해야 한다고 권고했지만 한은과 통계청은 기존의 잘못된 물가조사방식을 고수하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가령 감귤의 경우 한은·통계청은 10월~3월을 제철로 보고, 4~9월 하우스 감귤의 가격이 5배에 이른다 하더라도 이를 무시하고 3월에 측정한 감귤 가격을 나머지 4~9월에도 적용하는 보합처리방식(carryforward)으로 물가를 계산한다.
한은 측은 “계절과일의 경우 출하비중이 미미한 시기에는 거래량과 가격의 신뢰성이 낮아 물가통계의 교란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기간을 보합기간으로 설정해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계산이 오히려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과 물가통계의 가격 간 더 큰 격차를 발생시킨다는 게 IMF의 설명이다. IMF는 이런 오차를 줄이기 위해 유사상품의 가격등락률을 적용하는 의제처리방식(imputation)으로 물가지수를 산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심 의원은 “주부들이 물가상승률은 낮은데 장바구니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른다는 체감불만이 계절과일 등 계절상품에 관련해서는 일리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셈”이라며 “한은·통계청은 체감물가와의 괴리를 줄이는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